“선처해 주신다면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도록 남은 힘을 다하겠습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부(수석부장 길기봉) 심리로 열린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정 회장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첫 공판임에도 검찰 구형까지 빠르게 이뤄진 이날 공판에서 정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많은 반성을 해 왔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최대한 몸을 낮췄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이 양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5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 회장 측이 애초의 항소이유와 달리 무죄 주장 부분을 전부 취하하고 대신 양형에 대해서만 의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는 집행유예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봉사명령의 위법성에 있다고 이해한다”며 “피고인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백기투항’인 셈이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출연의 이행 상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정 회장은 “판결 결과와 상관 없이 8,400억원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은 모두 이행하겠다.
구속되기 전에 이미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약속했고,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도 “지난해 11월 600억원 상당의 주식으로 해비치문화재단을 발족했으며, 계속 기금을 출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한 추가 심문 없이 “부외자금(비자금) 조성 규모가 크고 피고인 개인을 위해 계열사들이 피해를 입어 사안이 매우 중대한 만큼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며 원심대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현대차그룹에 양재동 땅을 매각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파기환송된 김동진 현대기아차 부회장에게는 징역 4년이 구형됐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이날 법원에는 현대기아차 직원 100여명이 와이셔츠 바람으로 몰려나와 정 회장의 법정 출입시 취재진의 접근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법정 내 좌석을 선점하는 등 법정 안팎에서 ‘회장님 의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 빈축을 샀다.
ㅊ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