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일부가 남편을 살렸다는 생각에 전보다 더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이 고마움을 뭐라 표현할까요…. 평생 건강한 몸으로 아내를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21일은 둘이 모여 하나가 된 부부들에게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 위해 만든 '부부의 날'. 남편에게 아내는, 아내에게 남편은 과연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경북 안동시에 사는 홍남표(44ㆍ한국수자원공사 근무) 김영조(43)씨는 그야말로 '둘이 하나'가 된 부부다. 신부전증과 간암으로 쓰러진 남편에게 아내는 자신의 몸(신장)을 떼어줬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3층 중환자실에서 만난 홍씨 부부는 18년간 그들을 괴롭혔던 병마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안도감에 밝은 표정이었다.
1989년 김씨의 작은아버지 소개로 만나 결혼한 홍씨 부부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결혼 직후부터 홍씨가 당뇨병에 걸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고향인 안동에서 터를 잡고 큰아들 성국(17ㆍ고3)군과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홍씨의 병세는 계속 악화했다. 2000년 무렵 신장이 나빠졌고, 2006년말에는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올해 초 간과 신장을 모두 이식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행히 지난 3월 조직검사에서 아들의 간을 이식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문제는 신장이었다. 신장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부부와 가족의 진한 애정이 하늘마저 감동시킨 것일까. 김씨는 "정말 한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신장도 검사를 받았는데,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너무 기뻐서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전학적으로 남남인 남편과 부인의 조직이 맞을 확률은 수만 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하늘이 맺어준 부부"라며 놀라워했다.
지난 15일 홍씨 부부와 아들 성국군은 수술대에 나란히 누웠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몸을 떼어준 아내와 아들은 물론이고, 아내와 아들의 일부를 받아들인 홍씨의 간과 신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18년간 이어진 병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홍씨 부부는 인터뷰 내내 고3 수험생인 아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성국군은 수술에 선뜻 동의한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에게 줄 자신의 간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몸무게를 17㎏이나 감량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홍씨는 "나이 어린 아들의 간까지 뜯어내고 새 생명을 찾았다.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도 "한번도 부모 애를 태운 적이 없는 듬직한 아들인데, 못 해준 게 너무 많아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씨는 "2~3주 회복기를 거쳐 건강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겠다"며 아내 김씨의 손을 꼭 잡았다. 김씨의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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