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급격히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이 변화를 긍정하면서도 일정한 한계를 넘어선 변화에 대해서는 수용을 꺼리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선이(41)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한국다문화학회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발표할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적 수용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3분의 1이 다문화사회에 이중적 태도
지난해 전국의 성인남녀 1,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주자의 증가 등에 따른 다문화사회로의 변화를 지향하는가’라는 물음에 3분의1 가량인 32.8%가 이를 ‘제한적으로 지향’한다고 응답했다. 다문화사회에 관대한 ‘개방적 지향’을 선호한 응답자는 28.4%였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부정적 지향’은 15.5%였다.
외국인 이주자들에 대한 정책지지도를 묻는 세부항목은 인권침해에 강력히 개입해야 하는가, 자녀의 한국국적 취득을 허용해야 하는가 등으로 구성됐는데, 개방적 지향그룹이 이 같은 항목에 일관되게 긍정하고 부정적 지향그룹이 일관되게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응답자의 비중이 가장 큰 제한적 지향그룹은 이중적태도를 보인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주자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5점 만점에 3.75점으로 개방적 지향그룹(3.74점)보다도 긍정적이었으나 ‘외국인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는데 반대한다’라는 항목에는 2.77점으로 부정적 지향그룹(2.79점)보다도 오히려 낮은 점수를 주었고, ‘이주자들이 전통생활습관을 유지해도 된다’라는 항목에는 3.44점으로 개방적 지향그룹(3.71점)은 물론 부정적 지향그룹(3.58점)보다도 낮은 점수를 주었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한적 지향그룹(4.15점)이 개방적 지향그룹(3.92점)과 부정적 지향그룹(3.97점)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고, 단일민족의식(3.03점) 항목에서도 부정적 지향그룹(3.07점)과 엇비슷한 점수를 주어 상당한 폐쇄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적 지향그룹은 이 항목에 2.80점을 주었다.
김 연구위원은 “제한적 지향그룹은 외국인의 권리보장, 다문화증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외국인과의 갈등에 민감하고 외국인범죄와 체류자격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통제를 바라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련범죄, 사회문제 등이 가시화된다면 이들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젊을수록 선진국 선호 태도도 두드러져
미국이나 유럽사회에 비교할 때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이 상당하고 특히 경제발전수준에 따라 해당국가 출신자들과 거리감을 다르게 느끼는 경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외국인집단과의 거리감은 미국인(2.08), 탈북자(2.28), 조선족(2.48), 일본인(2.52), 동남아인(2.77) 중국인(2.78) 순으로 차별성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사회과학저널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나온 미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집단적 거리감 점수(1.07~1.94)보다 평균 1점 가량 높은 것이다.
특히 외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저연령, 고학령 층에서 국가별 관심도의 편차가 심했다. 미국에 대한 관심도와 동남아에 대한 관심도 격차를 조사한 결과 20대(3.59)와 30대(2.81)는 50대(1.72) 60대 이상(1.98)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고, 대졸 이상 학력자들(3.18)이 고졸(2.29)과 중졸이하(1.65)보다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출신자가 이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향후 사회변화를 이끌어갈 젊은 연령층의 선진국 중심적인 태도는 다문화 사회 전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도국에 대한 무관심, 개도국 출신자에 대한 편견을 자성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실천적 움직임을 촉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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