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시오 라모네 / 상형문자
매년 5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대화와 발전을 위한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문화다양성의 수호는 인간 존엄을 위한 인류의 윤리적 의무이며, 문화를 단순한 상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각국은 자국의 실정에 맞는 문화정책을 수립ㆍ실행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3년 유엔이 선포한 문화다양성의 날은 올해로 6회째가 된다. 200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148개 회원국의 지지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체결돼 현재 80여개국이 비준을 마쳤지만, 한국에서는 스크린쿼터, 한미FTA와 맞물려 비준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을 올해초까지 10년 넘게 맡았던 파리7대학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이냐시오 라모네(65)는 문화다양성 협약 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한 세계적 지성이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다. 2002년 국내 번역된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 는 미국의 문화적 세계패권에 대항하는 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소리>
라모네는 ‘우리 정신의 미국화’란 부제의 이 책에서 우리가 보고 자란 TV드라마 ‘형사 콜롬보’와 ‘코작’,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 ‘디어 헌터’ ‘지옥의 묵시록’ 등을 구체적 예로 들며 그것들을 통해 미국 문화가 어떻게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는지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 문화산업의 80%를 독점하는 미국의 영화, TV드라마, 광고는 미국적 가치체계와 생활방식을 우리 안에 내면화시키는, “눈으로 씹는 미제 츄잉 껌”이다. 그리고 무심코 그 단물을 빨아먹는 우리는 “피부 안에 미국의 정신을 가진 ‘문화전환자들’ ”이 되어간다.
이냐시오 라모네는 스크린쿼터 등 한국의 문화다양성 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며 4차례 방한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의 횡포> <21세기 전쟁> 등의 저서가 번역됐었는데, 지난달에는 그가 2003년부터 2년 동안 100시간 넘게 인터뷰해 쓴 카스트로의 자전적 회고록 <피델 카스트로> <마이 라이프> 가 국내 번역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 피델> 커뮤니케이션의>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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