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국정현안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핵심 쟁점은 역시 미국산 쇠고기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고, 국민불안을 대부분 해소할 만한 내용의 추가 협의가 매듭됐음을 들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미국과의 재협상 없이는 FTA를 거론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이번 회동이 실패했다거나 결렬됐다고만 볼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처한 정치환경으로 보아 처음부터 극적인 합의를 기대할 수 없기도 했지만, 첫 만남치고는 뜻이 통했거나 앞으로 통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게 여럿이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이후 여야 최고 지도자 최초의 만남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빼놓더라도 그렇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면서 손 대표는 “국민정서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민주당의 의지보다는 ‘국민정서’와 ‘상황’을 강조, 자세 변화의 여지를 두었다. 이런 변화의 여지는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손 대표의 지적에 이 대통령이 “적절한 기회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화답한 데서 커졌다.
더욱이 손 대표가 제시한 ‘30개월 이상 수입금지’ ‘30개월 미만도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금지’ 등의 구체적 조건을 사실상 충족하는 미국과의 추가협상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국민정서’와 ‘상황’이 바뀔 객관적 조건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두 사람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자주 만나기로 합의, ‘대화의 정치’를 복원한 것도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던 그 동안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야당의 입장변화를 기대한다”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언급이나 “대통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차영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에서도 온기가 느껴진다.
여야가 이런 긍정적 변화의 싹을 소중히 키워나가길 바란다. 또한 상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해 국민정서도 한결 차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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