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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安家서 측근 만나는 게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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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安家서 측근 만나는 게 소통?

입력
2008.05.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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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화두로 붙잡고 맹렬하게 정진 중이다. 그는 13일 국무회의, 14일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 1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흘 연속 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소통의 부재가 취임 3개월도 안 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원인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 대통령이 정확하게 포인트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소통 부재 반성문을 쓰기 전후에 위기 국면 타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아무래도 소통에는 별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우선 1, 2일 한나라당 홍준표 김형오 의원을 만났고 이어 10일에는 박희태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효재 당선자 등과 회동했다. 또 지리산 칩거 끝에 10일 귀경한 이재오 의원을 12일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의원이 인사차 들러 이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13일 오찬 때는 정병국 정두언 의원과 강승규 진성호 당선자를 불러 홍보 대책 개선점을 물어봤다.

이들 중 이재오 의원은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한나라당 지도부 구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실세다. 최시중 위원장은 발탁 당시 야당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집중 공격했던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정병국 의원, 김효재 진성호 당선자는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나 한나라당에서 홍보 및 뉴미디어 업무를 했고 정두언 의원, 강승규 당선자는 이 대통령을 서울시장 때부터 모셔 왔다.

박희태 홍준표 김형오 의원은 한나라당 내 대표적 친이 중진이다. 박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때 이 대통령의 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측근이나 한나라당 내 친이 인사에 편중된 만남이 국민 요구 파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시간에 차라리 야당이나 한나라당 내 반대파를 접촉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야당 대표들과의 대화를 제의, 20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한 것은 이 점에서 늦었지만 훌륭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기대 속에 이뤄진 이날 회담은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대통령은 자기 입장만 얘기했고, 소통은 없었다. 뭔가 주고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불러 만나야 할 사람은 정치권 이외에도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중고생과 농민,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 코드 인사를 비판하는 전문가 등도 만나 얘기를 들으면 귀가 확 트이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측근이나 친이 인사 중 몇몇은 서울 삼청동 안가(安家)로 부른 모양인데 이것도 정말 이상하다. 물론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안가 같이 극히 폐쇄적이고 개인적인 장소에서 만날 경우 청와대나 언론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아 정상적 의견 수렴이 어렵다. 비공식적으로 만나더라도 청와대 안이 훨씬 좋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안가 정치’를 하다 몰락하지 않았는가.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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