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정이었다. 5일에 한번씩 던져야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불굴의 투지로 암을 이겨낸 보스턴 레드삭스의 3년차 좌완투수 존 레스터(24)가 또 다시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팀에 챔피언 반지를 선사한 레스터는 20일(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홈 경기에서 올시즌 첫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보스턴의 7-0 승리.
레스터는 9이닝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생애 첫 완투를 노히트 노런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총 투구수는 130개였고 이중 스트라이크는 86개. 보스턴의 만원 관중(3만7,746명)은 레스터가 마지막 타자 알베르토 칼라스포를 154㎞의 강속구를 앞세워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자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팀 역사상 18번째 노히트 노런 투수로 기록된 레스터는 또 보스턴 좌완투수로는 1956년 멜 파넬(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52년 만에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보스턴은 또 2006년 데번 핸색(5회 강우콜드)과 지난해 루키 클레이 벅홀츠에 이어 레스터까지 3년 연속 노히트 노런 투수를 배출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팀 통산 최다 노히트 노런 기록은 ‘전통의 투수 왕국’ LA 다저스가 보유한 20회.
레스터는 또 1973년 5월16일 당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놀란 라이언 이후 역대 2번째로 캔자스시티에 노히트 노런의 수모를 안긴 투수가 됐다. 과거 9회에만 3차례나 상대 투수의 노히트 노런 기록을 깼던 캔자스시티는 이날은 마지막 공격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며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보스턴의 ‘안방마님’ 제이슨 베리텍은 지난 2001년 노모 히데오, 2002년 데릭 로, 지난해 벅홀츠에 이어 이날 또 다시 레스터와 노히트 노런을 합작하며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레이 샤크 이후 메이저리그 사상 2번째로 4번째 노히트 노런을 일궈낸 포수의 자리에 올랐다. 베리텍은 타석에서도 6회 쐐기 투런포를 터트리며 레스터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지난 2006년 6월 빅리그에 데뷔한 레스터는 7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해 9월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레스터는 포기하지 않고 10개월간 암과 싸운 끝에 2007년 7월 빅리그에 복귀했고, 이후 1년 사이에 월드시리즈 승리와 노히트 노런을 동시에 거두는 ‘신데렐라’로 거듭났다.
레스터는 경기 후 “월드시리즈 승리와 노히트 노런 중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과연 얼마나 많은 투수가 그것들을 이뤄내겠는가”라며 “내게는 둘 다 모두 소중한 것들이다.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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