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여전히 어설프다. 정부 여당의 기세는 한풀 꺾인 듯한데, 민주당의 입지엔 좀처럼 변화가 없다. 정체성도 모호하고 새로운 좌표 제시도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산다. 이 점에서 민주당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지만 어부지리도 못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이 진행되면서 한 때 오르는 듯하던 당 지지율은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연이은 실책에서 반사이익을 얻어냈던 한나라당에 비하면 한참 하수(下手)다.
이는 무엇보다 정체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입장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자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여당일 때도 비판적이었던 이들의 상당수가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내에서 입장 조율도 쉽지 않다. 내부에서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을 받아들였으면 한미 FTA 비준안의 17대 회기 내 처리 문제로 당이 양분됐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야성(野性)의 회복도 더디기만 하다. 남북관계가 흔들리고 경제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도 대응 수위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이 쇠고기 재협상 결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농해수위를 공전시켜도 성명서 한 장 내는 게 고작이다. 강하게 나가야 할 때 ‘역풍’부터 우려하는 과반여당 시절의 습성이 여전하다.
그렇다고 수권정당의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구도 민주당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명의 3선 의원이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지만 그 흔한 정책간담회 한 번 개최하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예다. 그저 물밑에서 짝짓기 논의만 무성하다.
당권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조용히 당원들을 만나 한 표를 부탁하느라 바쁘다. 유능한 진보, 지속가능한 발전 등의 좌표를 채우기 위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당연히 국민들은 민주당을 대안세력이 아닌 반대세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