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비핵 개방 3000’과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 한미동맹 강화를 기조로 한 새로운 대외전략을 시행한 지 석 달이 되어가는 지금, 한국의 대외전략은 전방위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ㆍ미 지도부 간 신뢰가 증진되고 일본과 미래 협력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반대급부가 너무 커 실용외교라는 대외전략 기조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방위 도전에 직면한 정부
먼저 한미동맹 강화에 치중하다 보니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마저 경시하는 듯이 양보한 뒤 뒷 수습 중이다. 미국은 이미 6년 전 차세대전투기로 F-35를 선정해 전환하고 있는데, 우리는 F-22와의 가상전투에서 100대 1로 패배한 F-15를 40대 구입하고도 21대를 추가 구입(2조 3,000억원)한다고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과 전방 미 2사단의 후방 이전 및 50%가 넘는 기지 이전비용 부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마저 얻었는데, 또 다시 방위비분담금의 기지 이전비용으로의 전용과 분담금 자체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경찰 훈련요원 파견과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도 요청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제창하니까 약한 마음을 보았다는 듯 어선을 억류하고 독도가 일본 땅임을 아예 중등교과서에 실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북핵문제 진전 과정에서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득하여도 독불장군처럼 납치자 문제 우선 해결을 외치고 있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중국이 우리를 더 존중할 것이라는 기대도 올림픽 성화 봉송 시 중국인들의 난동과 두둔하는 중국 외교부의 오만한 태도로 무너졌다. 한미동맹 강화의 반작용으로 다소 껄끄러워졌던 북중관계는 다시 긴밀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대통령 취임식에 총리까지 보내는 성의를 보였는데, 대통령 방러가 지연되어 실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원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이자 국력이 급상승하고 있는데 우리 외교는 이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남북 간 공식 관계가 단절된 점이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단절되면 북한이 더 손해를 볼 것이므로 결국 북한이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해왔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도 주인공역을 마다하고 조연을 자청하였다. 그 결과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되었고 중ㆍ러ㆍ일 3국의 협력이 더 절실해져 자연히 이들에 대한 외교 협상력도 약화되었다. 분단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이 50만톤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선지원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스스로 채운 족쇄에 묶여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방위적 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외교의 균형과 유연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북한 무시 및 대미 의존을 전략 기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타당한 기조이지만 이것이 지나쳐 대외정책의 탄력을 상실하고 실용외교가 아닌 이념외교로 나아갔던 것이다.
북한정권이 주민을 굶기는 무능한 독재정권이지만 그들을 무시하고 대립하기보다는 대화로 이끌어 일탈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실용외교다. 시급히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 북한 주민을 기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 주고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진작에 남북관계를 잘 관리했으면 모니터닝 강화를 요구하면서 지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뢰’를 넘어 실익이 있어야
한미관계는 안보ㆍ경제 양면에서 실익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지율이 최하인 데다 8개월 뒤 물러날 지도자와의 신뢰 증진을 대가로 지나치게 양보한다면 실용외교라 할 수 없다. 신뢰 증진 자체도 중요하지만 얻는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면 현명하지 못하다.
현 시대는 탈냉전시대라는 점을 재인식해 한미‘동맹’은 적절한 수준으로 발전시켜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중ㆍ러ㆍ일과의 관계 역시 우호적으로 진전시키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도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을 금과옥조로 삼아오지 않았던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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