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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명박표 포퓰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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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명박표 포퓰리즘'인가?

입력
2008.05.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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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연봉 차관급으로 인하”(경향), “공기업 기관장 기본연봉 깎인다”(국민), “공공기관장 연봉 차관급 제한”(동아), “공기업 기관장 연봉 깎고 성과부진하면 임기 중 해임”(조선), “금융 공기업 CEO 연봉 절반 깎일 듯”(중앙), “공공기관장 연봉 대폭 깎는다”(한겨레).

지난 5월 14일자 신문 기사 제목들이다. 이 기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재임 중 엄청난 다변을 쏟아냈음에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단 한 번도 쓴소리를 한 적이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기업을 정권 전리품으로 삼아 ‘끼리끼리 뜯어먹자판’을 벌여도 되느냐고 비판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공기업 민영화’가 여론의 지지를 받게 만드는 역사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된다고 경고하고 읍소도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노무현의 눈엔 자신의 측근 인사들이 낙하산 타고 내려가 점령한 공기업이 마냥 예쁘게만 보였던 것 같다.

공기업 개혁, 앞과 뒤가 같은가

노 정권 시절의 공기업 타락에 염증을 내던 사람들은 위와 같은 기사들을 보고 시원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쇠고기 파동 건으로 영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역시 이명박이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기만’이다. 이 기만을 제대로 보여 준 기사가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한국일보 기사였다. 위 기사 제목들과는 달리 한국일보 기사는 이런 제목을 달았다. “산은 등 공공기관 30곳 완전 민영화/기관장 연봉 1억원 이하로 제한키로.”

그렇다. 보도를 하려면 이렇게 제대로 해야 한다. 이 기사는 왜 기만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게끔 일목요연하게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민영화를 한다는 건 CEO 연봉이 수십억원 대로 뛸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진대, 기관장 연봉을 들고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민영화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벌이는 ‘이명박표 포퓰리즘’인가?

공기업 민영화엔 또 하나의 기만이 얽혀 있다. 혁신도시 문제다. 한 달여 전 이명박 정권은 사실상 ‘혁신도시 백지화’ 카드를 내밀었다가 지방 민심이 들끓자, 오해라고 펄펄 뛰면서 혁신도시를 ‘실효성 있게 보완’하고 ‘국고지원을 확대’ 하겠다고 했다. 혁신도시의 핵심은 공기업 이전인데, 그걸 빼고 무엇을 ‘보완’할 수 있으며 무엇을 ‘확대’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공기업 민영화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혁신도시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노 정권 하에서 저질러지고 부추겨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이게 우리의 수준이라면 민영화는 불가피하겠구나!”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또 혁신도시를 한다면서 교육정책만큼은 ‘수도권 집중화’로 나가는 걸 보고서, “혁신도시를 사람 없는 유령도시로 만드느니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한건주의’의 기만을 경계해야

중요한 건 신뢰다. 기만을 해선 안 된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의 ‘한건주의’ 발상이다. 이명박 정권이 노 정권의 한 건주의를 교정하려면 똑같은 한 건주의 방식으론 안 된다. 노 정권 시절의 공무원과 국민이 사라지고, 새로운 공무원과 국민이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뭐든지 내 맘대로 해도 괜찮다는 건가? 그게 아니잖은가.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 쇠고기 파동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과격한 변화를 시도하려면 차분하게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 정권이 한 일은 뭐든지 일단 때려 부수고 보자는 식의 불도저 방식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시간이 없다고 그러겠지만, 5년짜리 정권을 위해 이 나라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나라를 위해 정권이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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