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세계적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48)가 다음달 1, 2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향(지휘 루도빅 모로)과 협연한다. 이번이 첫 번째 내한이다. 첫날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이튿날은 남편 라이너 벨레와 함께 크로머의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마이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다. 마이어는 22세 때인 1982년 카라얀에 의해 베를린 필 클라리넷 수석으로 뽑혔다.
몇 달 앞서 바이올린 주자가 사상 최초의 여성 단원으로 입단해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랫동안 금녀의 영역이었던 베를린 필에서 파격적인 여성 수석의 발탁은 단원들의 큰 반발을 샀다. 리허설 때마다 남성 단원들은 그녀로부터 멀리 떨어져 않는 등 성차별을 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카라얀에 대한 단원들의 불만이 마이어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결국 마이어는 9개월 만에 베를린 필을 떠났고, 이 사건은 카라얀과 베를린 필을 갈라놓는 계기가 됐다.
이후 독주자로 변신한 마이어는 20여장의 음반을 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아픈 기억을 남긴 베를린 필 역시 그를 협연자로 자주 부른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오빠, 남편과 함께 결성한 ‘트리오 디 클라로네’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마이어는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 다시 생각할 만한 가치가 없다. 이미 역사가 됐다”면서도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성차별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02) 780-5054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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