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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회수율 3%, 나머지는 누군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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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회수율 3%, 나머지는 누군가 먹었다

입력
2008.05.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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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식품의약품안전청 소속 직원들이 조미쥐치포를 회수해 갔다. 검사 결과 폐렴, 골수염 등의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고, 식약청은 즉시 회수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단속기관인 서초구청과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 1g도 회수하지 못했다. 황색포도상구균 덩어리인 쥐치포 1만450㎏은 모두 팔렸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량ㆍ위해 판정을 받은 먹거리의 실제 회수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당국의 식품 안전감시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19일 본보가 입수한 식약청의 '2008년 1분기 회수실적' 자료에 따르면 식약청이 올들어 3월말까지 시중에 유통된 음식물 가운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량ㆍ위해 식품으로 판정해 긴급회수 명령을 내린 물량은 12만3,467㎏에 달했으나 실제 회수된 물량은 3.25%(4,105㎏)에 불과했다.

발암물질(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1월 31일 긴급회수 조치가 내려진 K사의 장어구이는 총 출고량 1만7,935㎏중 9.1%인 1,638㎏만 회수됐고, 산도가 높아 회수 조치가 내려진 B사의 팝콘 스낵은 단 한 봉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관련 기관의 고질적인 늑장 대응과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한 업체들의 비협조 때문이다. 실제 뉴코아에서 판매한 불량 쥐치포의 경우 식약청이 회수 결정을 내린 것은 2월 5일이지만 실제 뉴코아 측이 회수명령을 받은 것은 2월 11일이었다. 설 연휴 때문에 회수 지시가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업체들의 비협조와 복잡한 유통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은 유통경로 추적이 비교적 쉽지만, 중소업체가 생산해 재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식품은 어디에 얼마나 풀려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거리사랑 시민연합 최진호 상임의장(부경대 교수)은 "업체들이 '일단 피하고 보자'며 회수에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단체가 업체의 리콜 과정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겹친 탓일까. 식약청에 따르면 2005년 22.2%였던 회수율이 2006년 10.4%으로 떨어진데 이어 올들어서는 3%대로 떨어졌다.

여론의 질책이 이어지자 식약청은 이날부터 '위해식품 회수 강화조치'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에 따르면 업체와 감독 당국은 회수명령이 내려진 후 17일 내에 회수를 완료해야 하며, 회수명령과 동시에 관련 사실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와 관련 업체에 알려야 한다. 또 업체의 성실 회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ㆍ점검하는 것도 의무화했다.

식약청의 조치에도 불구, 10%대 이하로 떨어진 불량식품 회수율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선진국의 기업들은 위해식품을 방치할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엄청난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수에 적극적"이라며 기업의 사후 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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