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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소기업 목 죄는 고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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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소기업 목 죄는 고환율

입력
2008.05.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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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출 대기업만 살리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우리 같은 업체들은 다 죽으란 겁니까" 일본에서 조달한 1차 부품을 2차 가공해 전자제품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요즘 안팍곱사등에 비명이다. 엔화가치가 높아 원가는 급속도로 올라가는데도 고환율 혜택을 보고있는 수출 대기업은 오히려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애초 예상했던 9.7%에서 10.1%로 소폭 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18.4%로 당초 전망치 10.9%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의도이건 시장을 반영한 결과이든 우리만 고공행진중인 환율이 수출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반증하는 밝은 전망이다.

그러나 고환율의 혜택이 내수를 기반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전혀 딴 세상 얘기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높은 환율 때문에 원자재값만 올라 오히려 예상치 못한 짐만 지고있다. 상당수 수출 중소기업 역시 고환율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과는 상대적으로 환율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해서 맺은 은행과의 통화옵션계약(KIKO) 때문이다. 환율이 예상범위 밖에서 움직이면서 환차익은커녕 '고환율 벌금'이나 물고 있고 그 규모가 2분기에만 5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다.

대기업에 적정수준의 납품단가를 하소연하는 힘없는 내수 중소기업이 한둘 아니다. 아예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구미공단 중소기업을 예사로 볼일이 아니다. 중소협력업체 없이 온전히 수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은 없다. 유가 등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가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협력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까지 강요하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기대할 수 없다.

정부도 '고환율= 수출경쟁력 확대'라는 옛 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장목표에만 매달려 물가를 외면하면 고통받는 것은 서민뿐이다. "정부가 수출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과 서민생활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줄어들지 않는 한 새 정부를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정부로 볼 국민은 거의 없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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