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봉사 젊은이들의 애국심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널(過山渡海) 태세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계기로 높아지고 있는 중국 청년의 애국심이 최악의 참사 현장에서도 뿜어 나오고 있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내 한 상점의 점원인 오양시루(歐陽邇露ㆍ20)양은 피해가 가장 큰 곳 중의 하나인 스방시 로쉐이(洛水)진에서 닷새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메신저 QQ를 통해 알게 된 네티즌 12명도 자원 봉사에 동참했다. 이들은 쓰촨대 학생, 무역회사 직원 등 20대 초반 젊은이들로 영화 감상 등 문화 활동을 함께 즐겼으나 지금은 청두에서 자동차로 3시간 이상 걸리는 로쉐이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진 피해자를 도우려는 젊은 자원봉사자는 이들 말고도 많다. 올림픽을 80일 앞두고 중국 정부와 언론이 난국 극복을 위해 애국심을 의도적으로 고취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온ㆍ오프 라인을 통해 ‘캉즌조우짜이(抗震救災)’ 애국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같은 애국심이 자발적이라는 데서 중국 변화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쓰촨성 스방시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해발 1,500m 잉화(鎣華)산 아래 깊은 협곡에 위치한 홍바이(紅白)진. 진앙인 원촨(汶川)에서 북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깊은 산골로 1,000여명이 매몰됐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건물 수백 채가 폭삭 주저 앉아 흙 속에 묻혀 성한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19일 오후 이곳에서는 정부가 동원한 인민해방군 1,000여 명 외에도 민간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홍바이에서 1시간 떨어진 마징(馬井)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왕관(王觀ㆍ28)씨는 “92세인 할머니가 일평생 이 같은 대참사를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이번 피해는 중국 인민 전체의 아픔이자 슬픔”이라며 “젊은 우리가 앞장서 합심 단결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씨와 함께 온 주뤠이(朱雷ㆍ27ㆍ여)씨도 “처음엔 여진 피해가 무서워 이곳에 있는 게 겁이 났지만 나의 작은 손과 힘이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스방시 밍주(明珠)택시 회사에서 택시운행 자원봉사자로 온 린차이펑(林彩峰ㆍ26)씨는 자신이 몰고 온 택시를 세워두고 피해지역의 복구에 직접 참여했다. 린씨는 “비가 내린 후 날씨가 더워지면서 곳곳에서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해 전염병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힘(力量)’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오후 2시28분 국가차원 애도기간 선포에 따른 묵념 사이렌이 울리자 구조대원과 자원 봉사자들은 일제히 일손을 멈추고 3분 동안 고개를 숙였다. 차량은 3분간 경적을 울렸고 유족과 피해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곳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잉화진에서 4일째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119구조대원 41명도 중국 구조 대원들과 함께 작업을 멈추고 묵념을 하는 등 중국 곳곳에 애도의 물결이 흘렀다.
홍바이(스방)=장학만기자 local@hk.co.kr사진=스방=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