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휴먼드라마
드라마만으로 영화의 속을 채워 넣는 것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스타일만 화려한 영화가 범람하니 되레 그런 작품이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죄고 푸는 데가 분명한 뼈대가 있어야 하지지 않을까. 그게 없이 휴머니티만 강조하는 영화는 보는 이를 힘들게 한다.
폐지를 주워 파는 욕쟁이 할아버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망나니 아들, 유치원 갈 돈이 없는 어린 손녀, 철거촌 이웃. 영화는 이들이 빚어내는 짠한 드라마다. 20, 30년 전 초등학교 단체관람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2008년에 이 드라마가 반복돼야 하는 이유는, 끝내 찾기 힘들다.
전자식 대문을 열지 못해 몰래 들어간 부잣집에 갇히는 할아버지의 답답함. 그 장면의 잔상이 영화 전체의 뒷맛으로 남는다. 예순 네 살 차이가 나는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은 비교적 훌륭하다. 감독 정영배. 29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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