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작성한 중학교 사회 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 차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을 밝혔고, 4ㆍ21 한일 정상회담에서 신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한 직후여서 마치 등뒤의 허를 찔린 듯한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국민적 배신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고, 이명박 정부의 대일 외교 노선에 대한 비난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즉각 외교 경로를 통해 진상을 확인하고, 시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을 지시한 것도 국내정치 파장을 우려한 때문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으로 홍역을 치르는 마당에 이 문제까지 번질 경우 ‘총체적 외교 부실’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모처럼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양국 관계를 해칠 뿐 아니라 문제 자체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현재의 방침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되, 결과가 어떻든 그에 집착해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익에 합치한다.
‘국민정서법’으로야 ‘독도는 우리 땅’을 크게 외치며 일본의 ‘영토 야욕’을 성토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결과적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04년에 뜨겁게 불붙은 ‘독도 논쟁’이 어떤 결실을 보았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일본이 인정했다거나 하는 유리한 변화가 없었던 반면, 일부 우익단체를 제외하고 독도문제에 무관심했던 다수 일본국민의 관심을 환기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이번 방침도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이미 굳어졌고, 직전의 ‘독도 논쟁’이 직접적 계기였다. 학습지도요령에 직접 싣기로 했던 것을 한 단계 수준이 낮은 해설서에 기재하기로 한 것이 당시와 다를 뿐이다.
국제사회가 활짝 열린 지금, 영토 문제의 특별한 해결방안을 상정하긴 어렵다. 지금 독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냉정하고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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