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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000원'이 미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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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000원'이 미운 이유

입력
2008.05.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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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환자를 병원에 데려갈 때도 업고 안고 뛰어다녀야 하겠습니다.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하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강부자들은 택배를 이용하고 일반인들은 배낭을 메고 백화점을 가야겠네요.”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야유다.

“건물 허가는 나라가 내 주고 이용료는 서민에게서 뜯고, 결국 돈 몇 천원 아깝지 않은 사람들만 편하라고 만드는군요.” 공감할 수 있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최근 ‘교통혼잡 특별관리시설물’을 지정해 이곳을 드나드는 승용차에 4,000원씩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더니 나온 반응들이다.

■혼잡통행료는 교통혼잡비용을 운전자에게 물리는 것이다. 정상속도 이하로 운행함으로써 추가 발생하는 시간과 기름값을 추산했다. 그 운전자는 교통혼잡의 가해자이고 동시에 피해자다. 2005년의 경우 전국에서 23조 6,980억원(한국교통연구원)이 발생했고, GDP의 3%에 해당하는 돈이다.

덤으로 발생하는 공기오염과 운전자 스트레스 등의 손실개념은 물론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액수는 10년 전(11조5,65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서울시가 ‘돈 먹는 하마’ 색출에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뉴욕시가 지난해 말 맨하탄 일부 지역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고 발표했다. 살인적인 주차요금으로도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평일 오전 6시~오후 6시에, 하루 단위로, 통과만 해도 8달러를 물게 된다. 우리의 하이패스 비슷한 E-Z패스가 일반화해 있어 자동 징수된다.

뉴욕시는 이 제도를 2009년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인데, 연간 3,800억원이 걷힐 것이라 한다. 뉴욕 못지않은 런던은 이미 8파운드(약 1만5,000원)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최근 일본대사관 직원들이 100만 파운드 이상을 체납해 양국 간 ‘외교분쟁’까지 벌어졌다.

■서울은 뉴욕이나 런던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모든 차량에 부과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혼잡을 유발하는 장소에만 통행료를 물린다지 않는가. 그런데 뉴욕 런던과 달리 왜 서울 시민들은 반발이 심할까. 공정한 룰을 적용하지 않았고, 시민들에게 징수하기 전 단계의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시가 선정한 ‘특별시설’ 69곳에는 백화점은 물론 병원도 많고 공공시설도 있다. 당연히 주차시설과 주변 교통상황을 감독ㆍ제어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것은 게을리한 채 허가를 내줘 놓고 드나드는 사람만 잡겠다니 누가 가만 있겠는가.

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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