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관문’ 두바이 국제공항에 내리자 뿌연 지평선 넘어 첨탑처럼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시야에 온다. 도심으로 들어가자 이 건물은 웅장함을 넘어 위압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짓는 세계 최고층 마천루 ‘버즈 두바이 타워’다. 목표인 160층(620m)까지 공사를 마치고 외장 유리막을 씌우는 ‘커튼 월’ 공사가 한창이다.
버즈 두바이 타워는 두바이에게는 ‘미래’지만, 국내 기업에게는 한국 건설ㆍ플랜트 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상징이다.
이 마천루는 단순한 초고층 건물이 아니다. 그 자체가 완벽한 미니 신도시다. 버즈 두바이가 들어설 지구는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 크기로, 두바이 최고 핵심 지역 중 한곳이다. 특히 버즈 두바이 안에는 호텔 39층(564실), 아파트 108층(901가구), 오피스 37층(154개), 아랍식 ‘올드타운’, 1,500개 상점이 입점하는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 중동 달구는 '건설 한류' 이제 시작
버즈 두바이가 완공되면 이곳에 들어서는 시설들은 주거로는 타워팰리스, 쇼핑몰로는 코엑스를 능가하는 두바이 최고의 주거ㆍ사무ㆍ쇼핑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삼성물산 중동총괄 사업본부 윤왕현 부장은 “버즈 두바이는 호텔 아파트 사무실 식당을 갖춘 하나의 소도시로, 사무ㆍ주거ㆍ쇼핑ㆍ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완벽한 미래 공간”이라고 말했다.
버즈 두바이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삼성물산에는 요즘 각국으로부터 이에 버금가는 초고층 건축물을 지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삼성물산 정창길 상무(중동사업총괄)는 “버즈 두바이를 능가하는 건물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사업성을 선별하는 등 수주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건축사에 남을 건물을 지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한국건설의 상징 버즈 두바이 타워
현재 두바이는 도시 전체가 리모델링 중이다. 버즈 두바이를 비롯해 인공섬 팜 주메이라, 팜 제벨알리 등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 ‘더 월드(The World)’ 등 삭막한 사막 땅이 초고층 빌딩과 인공섬,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두바이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삼성물산 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한국 건설 업체의 기술력에 두바이 정부의 신뢰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성원건설은 두바이에서 최근 벌인 자체사업을 모두 100% 분양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거와 오피스 건물을 짓는 3,430억원 규모의 ‘컬처빌리지 상떼뷰’ 프로젝트는 지난해 분양을 완료하고 이 달 1월 착공에 들어갔다. 또 아파트를 짓는 ‘비즈니스 베이 상떼빌’ 사업도 성황리에 분양을 100% 마감했다. 성원건설은 이밖에 두바이 구도심인 데이라 지역에서 330만㎡(100만평) 규모의 신도시급 주거ㆍ상업ㆍ물류 복합단지(사업규모 50억 달러)도 추진 중이다.
반도건설은 두바이 비즈니스 베이에서 주상복합 ‘유보라타워’(57층 오피스 한 개동, 16층 아파트 한개동)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유보라 타워는 두바이에서 유일하게 고층부로 올라갈수록 면적이 넓어지는 공법을 채택,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 곳에서 공사를 지휘중인 반도건설 정영모 부사장은 “두바이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업체에 토지 소유권까지 넘긴다”며 “반도건설을 시작으로 신성, 현진 등 5개 한국업체 모두 토지를 매입해 시행에서 건설 분양까지 일괄 담당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한국기업 중동 전역으로 확대
국내 기업들의 미니 신도시 개발사업은 두바이를 넘어 인근 중동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STX그룹의 계열사인 STX건설은 지난달 아부다비에 건설되는 총 1억8,000만달러 규모의 주택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남부 무사파 경제특구 16만8,800㎡ 부지에 주택 42개 동과 병원, 상가 등 부대시설을 신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STX건설은 이 달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 준공할 계획이다.
반도건설은 아부다비에 조성되는 총 800억달러의 ‘알라진’(Al Razeen)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현재 15만3,795㎡의 부지 위에 빌라(5만7,600㎡) 아파트(26만8,784㎡) 등 연면적 32만6,384㎡의 주택사업 개발을 제안해 놓고 있다. 반도건설은 앞서 아부다비 대기업인 NBB그룹과 3만명을 수용하는 근로자 주거단지를 짓기로 하고 1월 착공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오만의 두쿰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 오만 국가경제부 장관과 ‘오만 두쿰지역 관광단지 및 프런티어 타운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사업은 1차 공사 규모만 약 19조원에 달하는 매머드 프로젝트로 대우조선해양은 총괄 시행사로 사업 전 과정을 오만 정부와 함께 추진한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실장은 “두바이 등 중동 산유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미니 신도시급 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지역에서 한국 건설사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어 입찰이든, 개발사업 형태든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바이=김용식기자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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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국제협력기구(자이카 JICA)'가 알짜 정보 제공
개발도상국의 구도심이나 버려진 땅을 미래 첨단도시로 바꾸는 신도시 개발 사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일단 신도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건설공사는 물론, 전력 및 네트워크망 구축, 교육ㆍ의료 사업, 문화ㆍ엔터테인먼트 보급, 쇼핑물 운영 등 도시 건설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사업이 추가로 따라 온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건설공사 기준)의 신도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부대시설을 포함해 1조원 상당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할 정도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간에도 신도시 프로젝트는 극비리에 진행된다. 한 예로 일본 카지마건설은 최근 1962년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나양구역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10만㎡(3만여평)의 부지에 호텔, 오피스빌딩, 고급 주택(204가구) 등을 짓는 사업이다. 하지만 카지마건설이 어떻게 이 노른자위 지역의 사업을 수주했는지, 매출 규모와 운영계획은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이처럼 해외신도시 사업에서 '정보는 곧 수주'를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자이카(JICAㆍ일본국제협력기구)가 65년부터 전세계 개발도상국가에 3만여명의 사회봉사단을 파견, 생생한 현지 정보를 수집해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할 경우 사업 타당성까지 검토해 준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기능은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에도 코이카(KOICAㆍ한국국제협력단)가 만들어져 90년부터 5,000여명을 개발도상국가에 파견했지만 봉사활동에만 치중할 뿐 기업정보를 생산ㆍ제공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도 절실하다. 일본은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차관을 지원하는 대가로 일본 건설사에 SOC 개발 사업권을 줄 것을 요구한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하노이-호치민간 초고속 전철 사업의 경우 일본 정부가 차관을 지원하고, 일본 건설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해외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단기필마로 힘겹게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중동 중앙아시아 남미 같은 자원 부국이거나 개발도상 국가들이 대부분이라 일본처럼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이 사업을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신도시를 발주하는 국가도 가급적 정부 간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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