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의 청부살인 의혹 사건(본보 19일자 8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역 의원 Q씨의 의뢰를 받고 A씨를 살해했다고 털어놓은 가해자 B씨로부터 “A씨의 가슴 등을 3차례 정도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병원은 A씨의 사인을 ‘과로로 인한 각혈 및 호흡곤란’등으로 판정하고, 경찰도 부검을 하지 않아 진실규명에 장애가 되고 있다. 실제 B씨가 폭력을 행사했다 해도 그것이 A씨의 사망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등 이번 사건은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다.
■ B씨의 폭행이 사망 원인?
B씨가 최근 A씨 유족에게 들려준 당시 정황을 재구성하면, 1999년 하반기 B씨는 저녁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A씨에게 연락해 모 약국 앞에서 만났다. B씨는 미리 준비한 드링크제 2병 중 1병을 A씨에게 건네주고 각자 1병씩 마셨다. 평소 Q씨, A씨와 친분이 있던 B씨는 A씨를 이끌고 인근 커피숍에 들러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모처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서 B씨는 A씨의 가슴 등 신체 일부를 3차례 정도 가격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가슴 등 신체를 가격당하고 수 시간 뒤 각혈을 하며 사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주먹으로 가슴을 맞았다고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그러나 급소를 정확히 맞으면 장기가 파열되지 않아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부분이 가격당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족은 그러나 사망 당일 귀가한 A씨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밤늦게 귀가한 A씨는 평소와 달리 생후 20개월 된 막내딸을 안아주지도 않은 채 “피곤하고 기분이 안 좋다”며 TV 앞에 바로 누웠다. 이어 부인이 이부자리를 펼 준비를 하는 사이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 각혈을 하고 거실로 나와 쓰러졌다.
당시 부검만 했어도 사인과 관련된 의문이 해소될 수 있었으나 유족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부검은 실시되지 않았다. 유족은 “부검은 망자를 또 한번 죽이는 것 아닌가 생각했고, 당시 기초의회 의원 활동으로 매일 늦게 귀가했기 때문에 과로사라는 의료기관의 진단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B씨 왜 털어놓았을까
또 다른 의문은 현재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B씨가 왜 뒤늦게 범행을 털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고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범죄 혐의가 추가되는 상황에서 범행 자백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더구나 살인의 법정최고형은 사형이다.
A씨의 유족 측도 이 대목이 궁금해 이유를 묻자 B씨는 “고인에 대해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매일 같이 악몽에 시달렸고, 훗날 유족들에게나마 사죄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말했다고 유족측은 전했다.
그러나 B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사건 후 Q씨측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했는데 받지 못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 폭로를 하게 된 이유가 ‘청부 대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B씨의 고백에 대해 Q씨 측은 “모든 것이 전혀 모르는 이야기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은 A씨 유족, B씨 등을 상대로 기초조사를 끝낸 뒤 16일 사건 관할인 춘천지검으로 이 사건을 이첩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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