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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공한 총리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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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공한 총리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다

입력
2008.05.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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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승수 총리의 경력은 말 그대로 화려하고 다채롭다. 영국 요크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와 서울대 교수가 된 그는 영국의 명문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 교환교수와 일본 도쿄대학 객원교수도 역임했다.

정계에 투신한 그는 13대와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정부에 들어가 상공부 장관, 경제기획원 부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한 그는 밖으로 나가 주미 대사와 유엔총회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이력을 쌓은 이가 또 있을 것 같지 않다.

잘 눈에 띄지 않는 한승수 총리

대학에 재직할 때는 물론이지만 정부의 중직을 맡았을 때나 국회의원 활동을 할 때, 또는 외교활동을 벌일 때 그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지난 청문회에서 재산 관계로 구설에 오르긴 했으나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크게 흠이 될 일은 아니었다. 직접 대면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가 구사하는 언어로 미루어 기품을 갖춘 절제된 국제신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의 인기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정치인 이해찬 의원을 총리에 앉힌 바 있다. ‘책임총리’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이 총리는 산하 부처를 장악하고 소신대로 국정을 지휘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는 마음을 다스리는 데 실패해 많은 이들이 그의 오만함에 혀를 찼다.

반면에 한승수 총리는 비록 전권을 준다 해도 결코 오만하거나 경박하게 처신할 것 같지가 않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륜과 품격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많은 이들이 국정 어느 곳에서도 총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들 아쉬워하고 있다. 군부정권 시절에 독재자가 대학 총장 출신을 총리로 두고 각종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 치사나 대독하게 한다고 해서 ‘대독총리’라는 말이 나돈 적이 있는데, 한승수 총리는 그저 국회에 가서 해명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해명총리’라는 후평(後評)이나 듣지 않을까 우려된다.

보기와는 다르게 총리가 무능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적에 집착하는 CEO 시절의 습성을 털어 버리지 못하고, 장관이나 총리가 나설 자리에 직접 나타나 거친 언어로 직접 챙기려 하다 보니 총리가 서 있을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책임제 하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할은 확실하게 분화해야 한다. 단장은 감독이나 코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여건을 마련하면 된다. 단장이 감독이나 코치가 해야 할 일을 빼앗으면 이길 게임도 놓치게 마련이다.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그건 좋은 인재를 등용해 책임지고 국정을 수행하면 만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쓸 만한 분을 총리로 기용했다면 대통령은 총리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장관 중에 이미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린 이들도 있는데 이들을 교체하는 일까지도 총리에게 맡겨야 한다.

경륜 살려 책임총리가 되기를

영남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으레 지역안배 차원에서 호남과 연고가 있는 분을 총리로 발탁하곤 했다. 그런 관행 아닌 관행을 깨고 강원도 출신을 총리로 기용한 것은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다운 발상이었다. 많은 국민은 한승수 총리가 책임 총리로서 국정을 바로잡고 특히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자원외교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가 총리로서 성공을 거둘 때 이 대통령도 마침내 성공한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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