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전국을 휩쓸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인체 감염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번에 비정상적으로 유행했던 AI 바이러스는 예상했던 대로 2003년과 2006년 우리나라에서 발견됐던 것과 달랐지만, 오히려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없는 DNA를 보유한 종류로 나타났다. 또 한반도에 토착화할 가능성이 없고, 베트남 등 남방계 철새에 의해 감염된 것이라 한다.
방역 당국이 경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AI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할 필요는 있다. 고병원성 AI는 한달 여 동안 전국 19개 시ㆍ군에서 42건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살(殺)처분된 닭과 오리는 830만 마리 정도로, 전국에서 사육되는 1억 4,200여만 마리 가운데 6% 정도에 해당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대부분이 감염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면, 마치 전국의 닭과 오리가 AI에 노출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도 그렇지만 AI가 인체에 감염되는 경로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AI에 걸린 가금류의 분비물을 직접 접촉하거나 날것으로 섭취했을 경우에만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익히고 삶은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걸린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이번 방역에 참여했던 한 사병이 (개인적인 폐렴으로) 고열증세를 보였을 때 이를 허겁지겁 ‘AI 의심 사례’로 발표했던 당국의 경솔함은 앞으로 유사한 사태에서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처음 AI가 발생했던 전라북도가 이번을 계기로 각종 방역조치를 종전보다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금류 도축장의 임상검사를 철저히 하고 이동차량의 소독기록을 의무화한다니 다른 지자체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AI로 인한 농가와 사업체의 직ㆍ간접적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보상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번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에 대한 인식을 고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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