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원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리면 강력범죄가 줄어들까.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아니오’다.
18일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노호래 교수에 따르면 경찰청 용역 의뢰로 ‘경찰력 변화에 따른 범죄예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경찰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 단순 교통위반이나 경범죄등은 급감해도 성폭력 범죄, 강도ㆍ살인 등 강력범죄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문에 경찰 인원이 평소보다 70배 이상 늘어난 2005년 10월~11월 부산 해운대경찰서 관내 치안상황을 분석,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326명이었던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05년 APEC 행사를 전후해 2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이 시기 범죄발생 건수를 2004년 10월~11월과 비교해본 결과 교통위반 건수는 1만3,733건에서 3,480건으로, 경범죄는 391건에서 9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강간 사건은 4건에서 12건으로, 절도는 207건에서 279건으로 늘어났다.
해운대경찰서와 관내 인구(45만명 내외)가 비슷한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와 비교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분당경찰서의 경우 2005년 10월~11월 경범죄(32건), 교통위반(4,639건)건수는 해운대경찰서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강도(1건)와 강간(6건), 폭력(207건) 사건 등은 오히려 적었다.
노 교수는 “경찰력을 대폭 강화해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을 늘린다고 해도, 국민들의 체감 치안과 직결된 강력 사건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경찰 고위층은 ‘사건이 터지면 빨리 출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경찰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력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으로 ‘탄력 순찰제’ 도입을 제시했다.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2인 1조’로 순찰하는 기존 방식 대신 ▲주간 1인 순찰 ▲야간 2인 순찰 ▲여경과 순찰 시 2인 순찰 등으로 다양화하면 한정된 인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치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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