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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 김경주, 노르웨이의 '젊은 작가' 에릭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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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 김경주, 노르웨이의 '젊은 작가' 에릭센을 만나다

입력
2008.05.1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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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노르웨이에서 손꼽히는 젊은 동년배 작가가 마주앉았다.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18~24일 열리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행사에 초청된 소설가 엔드레 룬드 에릭센(31)과 김경주(32) 시인이 그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을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은 2시간 가량 문학적으로 아직 낯선 나라에서 온 서로에게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고 문우(文友)의 공감을 나눴다. 통역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인 문선희씨가 맡았다.

엔드레=한국은 첫 방문이다. 아시아 국가 중엔 4, 5년전 히로시마 원폭 현장 취재차 일본을 방문했었다. 한국을 포함해 21개국 젊은 작가들과 일주일 동안 합숙하는 대회인 만큼 다양한 텍스트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크다.

김경주=당신의 청소년 소설 <악동 테리에> 가 21일 한국에 출간된다. 이 작품의 인기 덕에 ‘테리에’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구미의 청소년 문학은 성인 문학 못지않은 수준을 갖췄다. 한국 아동ㆍ청소년문학은 시장 자체는 넓지만, 동양적 권선징악의 틀을 벗어나는 작품이 적다.

엔드레=우리도 최근까지 그랬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도덕주의를 강조하는 교육적 목적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중시하는 쪽으로 청소년문학 경향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엔 남자 어린이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는 위기의식이 한몫했다.

한국은 시인들의 활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20년 전만해도 노르웨이 작가들은 시인으로 데뷔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젠 시가 워낙 안 팔리니까 출판사에서 시인을 원치 않는다.

김경주=한국에서 시는 일종의 마니아 문화 아닐까 싶다. 일본의 오타쿠가 그렇듯, 대중적 지향보단 소수 문화의 가치가 점점 인정받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엔드레=부럽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부터 노르웨이에서 시인 낭독 경연대회(poetry slam)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전파된 것인데, 시의 대중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김경주=그런 대회까진 아니더라도 유럽에 시를 소리내 읽는 것을 중시하는 낭독회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것은 본받을만하다. 운율과 리듬의 문학인 시의 속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대학로 서점 ‘이음아트’와 같은 소규모 문화 공간에서의 낭독회를 꾸준히 기획해 열고 있다.

엔드레=24세 때 첫 작품을 썼다. 내가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테리에’ 시리즈를 쓴 것은 학교가 노르웨이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곳에도 권력, 사랑을 둘러싼 투쟁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김경주=나도 20대에 데뷔했는데, 그 시절 글쓰기는 상상력과 표현에서 오는 희열이었다. 30대가 되면서 한국 사회의 뒤틀린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따라서 문학에 내재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인식하며 글을 쓰게 된다. 당신이 학교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

엔드레=일부러 작품에 정치적 구호를 담진 않지만, 쓰고 나면 평소의 국내외 정치에 대한 내 관심사가 반영돼 있다.

김경주=하지만 근본적으로 작가에게 자연은 언어다. 영상 문화가 발달하면서 언어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나는 희곡을 비롯한 공연 대본을 많이 쓰는데, 그럴 때도 언어의 잠재된 가능성을 표현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엔드레=나도 두 편의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순문학과 영상 대본을 함께 쓰면서 양쪽의 장점을 취하려는 것이 요즘 노르웨이 작가들의 추세다. 문학도 사회적 영역인 만큼 현대인들의 관심사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본다.

■ 김경주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대산창작기금 심사평)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 작가. 1976년 태어나 2003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여행 산문집 <패스포트> 등 출간. 동명의 자작시를 각색한 희곡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를 무대에 올린 극작가이자, 다양한 인디 문화를 기획ㆍ제작하는 '츄리닝 바람'의 운영자다. 2005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2006년 문예진흥위원회 신진 예술가 기금 수혜.

■ 엔드레 룬드 에릭센

노르웨이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작가 중 하나. 1977년생으로,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악동 테리에' 시리즈를 비롯한 아동ㆍ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을 두루 쓴다. 21일 국내 출간될 데뷔작 <악동 테리에> 는 노르웨이 정부가 주는 '최고의 청소년 도서상'을 받았고, 작가의 각색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라디오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6개 국어로 작품이 소개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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