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자유인가, 언론 자유의 새로운 전기인가’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대지진 참사에 대한 중국 언론의 달라진 보도태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열 양상마저 빚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과감한 보도 태도가 민주화의 핵심 지표로 통하는 언론 자유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 TV)이 24시간 지진 보도를 내보내고 상업 매체도 전체 지면의 반 이상을 지진 보도로 채우는 등 중국 언론의 보도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재난이나 참사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당국이 엄격히 통제해왔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의 미디어 통제 정책이 정말 변한 것이냐”를 두고 관측이 무성하다. 불과 지난달만 해도 72명의 희생자를 낸 철도 사고 당시 관영매체 외에는 기자들의 현장접근조차 제한됐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이번 지진 발생시 당국이 당초‘지진 현장에 기자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신문이 이를 어기면서 보도 물꼬가 터졌다”며 중국 기자들을 인용해 뒷얘기를 소개했다. 상하이(上海) 소재 오리엔탈 모닝포스트지가 당국의 보도지침을 어기고 현장을 취재해 대서특필한 후 수많은 매체들이 뒤따라 나서 결국 당국도 “지진 현장에 가려는 기자들은 구조대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뒤늦게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 중국 기자는 이를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로 설명했고 또 다른 중국 기자도 “처음에는 당국의 추적이 두려워 기사에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만, 이젠 모든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하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상하이 미디어 그룹의 한 관계자도 “지진 보도로 시청률이 4배간 뛰었고 경영진들도 더 생생한 화면을 취재토록 독려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관심 수준이 너무 높아 당국의 지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엄격한 통제 하에 있던 중국 매체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언론 자유의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국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 뉴미디어 등장으로 더 이상 무작정 틀어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솔직한 정보 공개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보도가 주로 피해자들의 참상이나 영웅적인 구조 노력 등에만 집중돼 있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부실 공사나 늑장 대처 등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언론 자유화’로 보기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AFP통신은 최근 리창춘(李長春) 선전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관영 신화통신과 CC TV를 방문해 ‘구조대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다뤄야 한다’며 사실상 보도 가이드라인을 내린 점을 지적하며 미디어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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