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찾을 것입니다.”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피해지역인 스방시 잉화(鎣貨)진 산자락에 위치한 홍다(宏達) 화학비료공장에서 혼신을 다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중앙 119구조대 41명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사고발생 1주일째를 맞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 구조대가 투입된 16일 새벽부터 구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구조대의 활동에 실망한 중국인 피해 유족들은 구조견과 첨단장비를 갖춘 한국 구조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고발생 3일이 지나 뒤늦게 투입되면서 생존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구조활동 3일째인 18일 낮 12시25분. 소방령 백근흠 팀장 등 7명으로 구성된 구조대 1조가 공장 북서쪽에 위치한 무너진 4층 숙소 건물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 시신 2구를 찾았다. 공장 직원인 셰웨이둥(謝慰東ㆍ30)씨는 새벽에 자신의 70대 부모가 지진 피해 당시 숙소에 남아 있었다며 김영석 소방대장을 직접 찾아와 시신이라도 찾아주기를 간청했다.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걷어내기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구조견 백두가 벌어진 틈새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소방장 김진욱(39)씨가 포크레인을 바로 정지시키자 잔해 사이로 지름 40㎝가량의 구멍이 나왔다. 구조대원들이 돌더미를 손으로 하나 둘 걷어내자 3,4층 건물바닥이 하나로 붙어버린 잔해 밑에 사람 몸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을 발견했다.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당시 구조를 처음 시작한 14년 경력의 김 소방장은 그 틈새에 무언가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역겨운 냄새가 땅밑에서 올라왔지만 김 소방장은 누군가 살아있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잔해를 파헤쳐갔다.
25분 후 참혹한 광경이 목격됐다. 시신 2구가 서로 부둥켜 안고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있었다. 셰씨 부모였다.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게 뭉개진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는 셰씨의 어깨를 한 구조대원이 끌어 안았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현장에서 그렇게 하나가 됐다. 셰씨는“한국전 당시 인민해방군으로 참전했던 아버지의 시신을 한국인들이 찾아줬다”며 “살아있을 것이라고 일말의 기대는 어긋났지만 한국 구조대가 최선을 다해줬다”고 울먹였다.
한국 119구조대는 18일 현재 총 12구의 시신을 찾았다. 아직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영석 소방대장은 “중국 구조대들이 1차적으로 발굴한 곳을 우리가 3일이 지나 2차로 구조하는 형국이어서 생존자를 찾는다는 것이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119구조대는 23일까지 구조를 한 뒤 한국으로 철수할 계획이다.
잉화(스방시)=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