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날이 오면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이 앞다퉈 광주를 찾는다.
이번 18일에도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여야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5ㆍ18의 숭고한 민주화 정신을 강조하면서 지역 화합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도 “5ㆍ18 민주화운동은 크나큰 아픔으로 남았지만 민주화 사회를 이루는데 큰 초석이 됐다”면서 “민주화로 활짝 피어난 5ㆍ18을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는 정신적 지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말대로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특히 18일은 민주화의 향내가 가장 진하게 풍기는 날이다. 이 대통령이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광주를 찾은 것도 이런 민주화 기운을 자신의 이미지와 긍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도 “5ㆍ18 정신을 이어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자”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 주요 정치인들 모두 기념식장에서 통합과 상생을 외쳤다. 분명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발언들이 이어졌지만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찰 경비는 삼엄했고,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사상 최대인 8,000여명의 경찰력이 철통 경비에 나섰다. 대통령의 이동 경로인 광주공항 입구에서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양편에는 경찰이 50m 간격으로 배치됐고, 경찰견과 물대포도 동원됐다.
행사 도중 한 유족이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자 경호원들이 유족을 에워싸고 함께 따라나가는 등 과잉경호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철통 경비 때문인지 2,500여명의 기념식 초청자 중 500여명이 행사장에 나오지 못해 뒤쪽 자리가 텅빈 을씨년스러운 모습도 연출됐다.
광주를 추앙하면서 피해 유족과 시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날이었지만, 당국은 초긴장 상태에서 비상사태를 염려해야 했다. 이는 쇠고기 파동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고, 이에 따른 정치상황이 불안정하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우려했던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사위나 돌발사태는 없었지만 정치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진정성보다 이미지 정치를 위해 광주를 찾는 정치적 복선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광주를 찾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달라질 때가 됐다”는 한 시민의 말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국의 해법이 읽혀진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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