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던 골드만삭스에 대해 우선협상자 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매각일정도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산은이 대형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미숙함을 노출, 국내외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은은 18일 “골드만삭스와 매각자문 계약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매각자문사 선정위의 추가논의를 통해 조속히 향후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1일 대우조선 매각자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 중국 조선회사 지분투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상충’논란에 시달렸다. 대우조선 노조는 골드막삭스가 매각자문역할을 맡을 경우, 대우조선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으며 나아가 아예 외국계 조선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 반대해왔다.
이에 산은은 골드만삭스측에 “자문 계약서상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체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넣어달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모색하겠지만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사가 ‘무한책임’을 지기는 어려우니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 일차적으로 산은의 미숙한 일처리를 지적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골드만삭스가 요구를 완전수용하지 않더라도 우선협상자 자격이 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고 이해상충을 줄일 방법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골드만삭스의 선정을 취소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론이 나빠지고 감사원 감사 등 얘기가 나오자 산은이 차후 논란의 소지를 아예 정리하려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런 식의 우선협상대상자 취소가 국제적 M&A 관행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M&A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IB다. 국내에서도 하나로텔레콤 하이마트 등 수많은 ‘빅딜’급 M&A를 주관해왔다. 그런 골드만삭스가 ‘IB로서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매각기업(대우조선) 기술을 자신들의 투자회사(중국 조선회사)로 빼돌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건은 사안이 다르다”며 “일차적으로 이해상충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이 크지만 그렇다고 음모론적으로 골드만삭스를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산은은 향후 매각자문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나,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지분을 보유한 IB들이 워낙 많아 선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구축함 등 전투용 함정건조분야에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는 핵심 방산업체인 만큼, 기술보안차원에서 매각실사작업에 국군기무사요원을 투입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무요원은 방산부문 실사작업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대우조선 매각주간사 선정 일지
▲3월 26일
산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획 발표
▲4월 8일
대우조선 노조, 산은 일방적 매각 반대 파업 찬반투표(일방적으로 매각진행시 총파업 돌입 결정)
▲4월 21일
산은, 매각주간사 우선협상대상자로 골드만삭스 선정
▲4월 29일
대우조선 노조, 골드만삭스 중국 조선소 투자 사실 및 기술유출 의혹 제기
▲5월 9일
대우조선 노조, 정부와 산은에 골드만삭스 매각주간사 선정 백지화 요구
▲5월 14일
산은, 골드만삭스에 '이해상충 문제 발생시 무한책임 지겠다'는 조항 계약서삽입 요구
▲5월 16일
'대우조선 해외매각 및 골드만삭스 매각주간사 선정 반대 범시민대책위' 출범
산은, 대우조선 매각주간사 선정위원회 열고 골드만삭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