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평화와 국제석유 가격 안정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중동지역을 방문 중이지만 성과가 미미해 ‘레임덕 대통령’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17일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을 만나 국제 석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 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하루 30만배럴 추가 생산을 약속하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하루 100만∼150만배럴 증산이었다.
부시 대통령도 이날 세계경제포럼(WEF) 중동회의 참석차 방문한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사우디의 30만배럴 증산약속은 치솟는 유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것”이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석유가격은 여당 후보인 존 메케인 상원의원에게 큰 악재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고유가가 지속되면 원자력이나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산유국에 피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결과가 실망스럽자 그 원인을 민주당에게 돌렸다. 13일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사우디가 최소 하루 100만배럴의 석유 증산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미 정부가 추진 중인 14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사우디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기 내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을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18일부터 열릴 세계경제포럼(WEF) 중동회의를 중동 지도자를 설득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을 맞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중동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는 부시 대통령이 친 이스라엘 정책에 치우쳐 있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으로부터는 “이번 평화회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느냐”는 퉁명스러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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