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 / 이레
‘성인의 날’이다. 독일의 법학자이자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64)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가 어울릴 것도 같다. 책>
1950년대 독일의 한 소도시, 열 다섯 살에 자신을 “꼬마야”라고 부르던 서른 여섯 살 여자를 만난 소년은 그때부터 성인이 되어간다.
이후 35년 세월에 걸쳐 성숙과 운명, 나치와 전쟁범죄, 과거사와 단죄, 죄의식과 수치의 가슴 먹먹한 드라마가 이 길지않은 소설에 펼쳐진다.
그 여인 한나는 꼬마 미하엘을 침대로 이끌기 전에 늘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책 읽어주기는 사랑에 앞선 하나의 의식(儀式)이 된다. 하지만 한나는 어느 날 책 읽어줄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미하엘을 안은 후 사라져버린다.
7년 여가 지나 법대생이 된 미하엘이 그녀를 우연히 다시 본 것은 재판정에서였다. 2차 대전 중 지멘스의 평범한 직원이던 스물 두 살의 한나가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유대인수용소의 여자감시원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혐의였다.
판사에게 “재판장님 같으면 그때 어떻게 했겠습니까” 묻던 한나는, 범죄 관련 보고서를 자신이 썼다고 거짓으로 진술한 뒤 종신형을 받는다. 미하엘은 그 보고서가 한나가 쓴 것이 아님을,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것을,그녀가 왜 자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는지를 알게 된다.
한나가 감옥에 있던 18년 동안 미하엘은 책을 읽은 테이프들을 그녀에게 보내주고,사면된 한나가 출소하기 하루 전날 비로소 그녀를 만난다. “꼬마야, 너 무척 컸구나.” 한나는 이튿날 자살하고 만다.
21년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의 부적절한 욕망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듯하던 소설은 어느새 시대와 인간의 자존심,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 이야기로 승화한다.
작가 슐링크는 “내가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독일의) 전쟁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간의 관계, 그 세대 차이에 대한 메타포”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빼어난 문학이 그렇듯 <책 읽어주는 남자> 도 작가의 의도를 훨씬 뛰어넘어, 겹겹의 메타포로 독자들에게 인간과 역사를 보는 가슴을 열어주는 책이다. 책>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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