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양 국민의 기대감과는 달리 일본 정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
2월 외무성이 홈페이지 내용을 개편하면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기존 주장을 적극 홍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문부과학성이 학생들에게 독도를 일본 땅으로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불과 한달여 전 과거사를 접고 신시대를 열자고 한 두 나라 정상들의 발언 취지가 무색하다.
문부성이 중학 교사용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일본명 다케시마ㆍ竹島)는 우리 땅’이라는 내용을 명시키로 한 것은 영토 문제에 대한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학생들에게 ‘사실’인 것처럼 가르치겠다는 의미여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독도 문제는 외교 현안으로 불거져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가 아니면 다수의 일본 국민에게는 잊혀져 온 일이다. 이와 비교되는 것이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북방 4개 섬이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해 이 섬들을 차지한 뒤 2차 대전 패전 후 돌려준 쿠릴열도 남단 섬들에 대해 중학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에 ‘북방영토가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 점 등 우리나라의 영역을 둘러싼 문제에 주목토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학 지리, 공민(사회) 과목의 모든 교과서가 북방영토 문제를 기술하고 있고 일본인 대다수가 이 섬을 언젠가는 꼭 돌려 받아야 할 섬으로 인식하고 있다. 성과는 없었지만 지난달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독도와 함께 중국,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령 센카쿠(尖閣) 제도 문제는 교육과정에서 언급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한 교과서 내용도 가지각색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새 지도요령 해설서가 2012년부터 활용되면 대다수 출판사들은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중학 지리, 공민 교과서에 명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부성의 의지를 읽고 내년 중학 교과서 검정 때부터 독도 문제를 바꿔 기술하는 교과서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방 4개섬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학습지도요령에 들어 있지 않지만 해설서에 ‘고유 영토’로 지도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모든 출판사가 이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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