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공통점이 있을까?
역대 대선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총칼로 정권을 장악한 전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언짢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전 대통령은 닮은 점이 있다. 모두 경제전문가를 자임한 점이다. 이 대통령이야 현대그룹의 간판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지만, 육사 출신의 전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를 자처했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5공 군사정권 기간 경제전문가를 자임하며 경제 안정화 정책에 통치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가 경제에 올인했던 것은 그 길만이 집권 과정의 정치적 후유증을 희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경제에 관한 한 백지상태였다. 그 백지에 그림을 그린 사람이 김재익 경제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전 대통령에게 수요ㆍ공급의 원리, 물가안정 및 건전재정, 경상수지 흑자의 중요성을 주입시켰다. ‘학생’ 전 대통령은 ‘스승’인 김 수석의 가르침을 토대로 경제안정화 정책을 우직스럽게 밀어 붙였다.
이는 집권 초기 물가불안 등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ㆍ후반기에는 단군 이래 최고 호황을 누리며 물가 성장 경상수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밑거름이 됐다.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었지만, 경제 성적만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 최고의 경제전문가 자임 공통점
반면 이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10년 간 좌파 정권에 주눅들었던 재계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 나면서 고도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선 초기 경제공약이었던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이 실현 가능하고, 증시도 올해 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집권 3개월이 안 됐는데도 불구,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자신이 대한민국의 CEO가 되기만 하면 자연스레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경제가 환란 이후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서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저투자, 저고용, 저소비 저성장의 악순환이 우려될 정도다. 경제가 꺼지고 있는데도 경제팀은 금리ㆍ환율정책과 추경, 감세를 둘러싸고 샅바싸움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현 경제 위기는 고유가 등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애매한 스탠스와 이에 따른 정책 실기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처방과 관련, 추경 등 경기부양과 물가안정론을 오락가락하면서 경제팀으로 하여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확고한 리더십으로 물가 챙겨야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정책 혼선을 줄여야 한다. 볼썽사나운 당정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해 경제팀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 논란의 초점인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환상적인 정책조합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는 현 상황에선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물가 급등의 피해는 서민과 중소기업이 더 많이 당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통한 성장 정책은 후유증이 크고, ‘윗목(서민과 중소기업)’까지 온기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대통령은 경기부양의 유혹을 접고,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물가 안정과 지원 대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가가 안정돼야 전 대통령처럼 집권 중반기 이후 성장의 열매를 딸 수 있다. 전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위해 1984년 예산을 동결하는 등 결연한 리더십을 보였다.
이 대통령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는 등 경제 체력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 고통이 따르는 경제 안정화정책이 인기가 없을지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게 경제대통령이 보여 줄 리더십이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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