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가정의 달을 맞아 EBS 장학퀴즈가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영재 5명을 모아 '영재특집' 퀴즈 대결을 펼쳤다. 종합사고력 측정 시험 과정을 통해 수학, 과학, 정보 영재로 각각 선발된 아이들은 퀴즈에서 각 분야는 물론 인물 역사 지리 사자성어 시사 등 다양한 상식 문제까지 척척 알아맞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위 1%'에 속한다는 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영재 교육법을 물었더니, 엄마들은 의외로 "우리는 영재 엄마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자신들을 학교 모임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사교육 정보에 많이 뒤떨어진 '엄따'(엄마 왕따)라거나, 주변 엄마들로부터 속없다는 말을 듣는 '낙제 엄마'에 속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뛰어나면 물론 좋겠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을 모든 엄마들이 알고 있을 거예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거죠."
영재 엄마 5인이 권하는 자녀교육법은 간단하다. 아이의 성격에 맞게, 지치지 않고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찾아주라는 것!
■ 해답을 주지 말고 풀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어머니 송지연 (39·주부)
수학에는 끈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풀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해답을 보여주지 않고 혼자 풀도록 내버려뒀어요. 하루든 이틀이든 일주일이든. 하루는 아침 등교시간에 아파트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뭘 끄적이는 거예요. 차도 지나다니고 걱정이 돼서 베란다에서 소리를 질렀더니 "방금 문제 풀이가 생각났어" 하더라구요. 놀랍고 기막히고 대견스럽기도 했지요.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느냐보단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잘 놀려고 노력을 해요. 한번은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배운 수학자 얘길 꺼냈더니 친구들이 "잘난 척한다" 그랬나 봐요.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 요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 콘서트' 프로그램을 모두 챙겨보고, 가수 빅뱅의 '거짓말' 노래 연습도 열심이에요.
■ 신문은 최고의 정보 창고지요
어머니 우지향 (41·교사)
영훈이는 수학, 과학도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더욱 좋아해요. 특히 '신문왕'이에요. 매일 30분씩 꾸준히 읽는데, 정치 경제 사회 사설 등 가리지 않고 읽어요. 퀴즈대회에서 사자성어나 시사상식에 강점을 보였는데, 신문이나 뉴스를 꼼꼼하게 본 덕분인 것 같아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처럼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통섭 학문을 하고 싶어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영재교육원 시스템은 수학 과학 등 이과 계열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 문학, 음악, 미술 등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영재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도입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교사라 아동심리 상담을 연구하다 보면 학업성취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일부러 한글을 안 가르치고 영재교육을 받을 때도 아이큐 테스트를 하지 않았어요.
■ 엄마의 가르침보다 형제끼리의 대화가 중요해요
어머니 강문애 (46·교수)
선아 교육이요? 제가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니다보니 요즘 말하는 '엄따'예요. 애들 교육이나 학습정보에 깜깜해요. 영어를 전공해서 과학도 전혀 몰랐어요. 아이가 물어오면 "글쎄, 니 생각은 어떻니" "아, 그래?" 하고 열심히 맞장구만 쳐줄 수밖에 없었어요. 실험일지라고 써오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는 안되지만 그냥 동그라미를 크게 쳐줬어요.
사실 선아는 오빠(18)에게 많이 배웠어요. 학교 끝나면 오빠가 오후 3~6시까지 동생을 돌봤는데, 큰애가 과학과 축구를 좋아해서 둘이 같이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그랬나 봐요. 큰 애가 기숙사학교에 들어간 후론 자기도 영재교육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면서 "원서 값 5만원이 아까워서 그러냐"고 투정까지 하는 거예요. 자기소개서 쓴 걸 보니 '오빠의 꿈이 과학자인데, 오빠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쓸 정도로, 오빠와 친하면서도 경쟁의식이 큰가 봐요.
■ 선행학습보단 자습서 맛보기를 시켜주세요
어머니 류칠선 (46·교수)
성현이 성격이 침착하고 성실한 편이라 선생님을 잘 따라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잘 된다"고 좋아해요. 숙제를 아주 열심히 해가는 편인데, 요즘 영재교육원에 다닌 후론 많이 어려웠나 봐요. 서점에서 중학교 1학년 자습서를 사줬더니 백과사전을 찾아보듯이 필요한 부분만 인용을 해서 적어가요.
제가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학습보단 놀이교육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놀이가 특별한 게 아니라 공기놀이, 윷놀이, 굴렁쇠 놀이, 줄넘기, 제기차기, 땅 따먹기 같은 전통놀이에요. 돈도 많이 들지 않고 집 근처나 학교 운동장에서 아무때나 할 수 있으니까.
초등閨냄?입학한 후론 아이만의 책을 만들어줬는데 벌써 10권은 되겠네요. 일종의 포트폴리오인데, 방학 때 놀러간 장소 사진을 붙이고 그곳이 왜 아이에게 의미가 있었는지 스스로 설명을 해놓게 했어요.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는 일로 존중해주세요
어머니 김영미 (38·주부)
김영미= 재용이는 영재가 아니에요.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도 아니고. 특기라면 컴퓨터를 다른 애들보다 좋아했어요. 처음엔 게임 종류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걸 배웠나 봐요. 선생님이 프로그래밍엔 수학 연산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영재교육원에서 수학이랑 컴퓨터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그러더라구요.
전 아이한테 "학원비도 비싼데 안 다닌다고 하면 나는 좋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요. 물론 엄마 마음이 그렇잖아요. 이왕이면 잘했으면 좋겠고, 아이가 똑똑하면 기분 좋죠. 하지만 그러다 보면 엄마도 사람이라 욕심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주게 돼요. 우리 아이도 가끔 "나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런 얘기를 한다니까요.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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