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증하는 무역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트남 경제에 대해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증시는 최근 세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는데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앞으로 수개월 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다이와증권은 최근 6개월 동안 베트남 경제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극적으로 나빠졌으며, 이를 되돌리려면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베트남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올랐고, 특히 식품가격은 34.1%나 치솟았다는 것이다. 최근 1년 간 무역적자도 지난해 국민총생산(GDP)의 30%인 21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베트남의 외환보유액과 비슷한 규모다. 베트남 정부가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금리를 연 12%까지 올렸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20~25%까지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베트남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결국 IMF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베트남 경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0%로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의 무역적자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아직 IMF 위기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재완 연구원은 “베트남의 물가통계 구성 품목의 50% 이상이 식료품”이라며 “세계 곡물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하반기에 가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올해 경제성장률을 7% 중반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정도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하반기쯤 경제와 증시가 다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베트남 증시는 규모가 매우 작아 국내ㆍ외 변수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만큼, 베트남 주식ㆍ펀드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국제금융센터 박동완 연구원도 최근 베트남의 무역적자가 수출증가율(28.5%)을 훨씬 뛰어넘는 수입증가율(75.1%) 탓에 급증했지만, 4월 적자폭이 약간 줄었다는 데 주목했다.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해외 근로자 송금 등에 힘입어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대외채무 지급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박 연구원은 “만약 베트남 경제의 펀더멘털 우려로 향후 외국인 투자가 줄어든다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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