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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주민 사라진 마을… 구조대 여진속 발굴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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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주민 사라진 마을… 구조대 여진속 발굴 사투

입력
2008.05.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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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 건물과, 개천 너머 건물에서 시신이 300구씩 나왔고, 마을 입구 쉬앤코중학교에서도 80구가 나왔습니다."

쓰촨(四川)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원촨(汶川)현 잉슈(映秀)마을 한 가운데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리총총(李聰聰)씨는 더 이상 참혹할 수 없는 상황을 허탈한 표정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 모습을 담은 항공 사진이 14일 공개돼 잉슈의 피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짐작했지만 수 백 채 마을 건물 가운데 단 한 채도 남지 않은 모습을 육안으로 보니 말문이 막혔다.

잉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구호용 헬리콥터 3대가 마을 앞 임시착륙장에 멈춰 구호물품을 내리고 시신을 나르는 모습이었다. 구호 대원들이 마을 곳곳에서 발굴한 시신을 비닐 팩으로 날랐고 시신 옆에서는 유족이 따르며 오열했다. 단 30분만에 시신 4구를 보았다.

잉슈는 1만명을 조금 넘는 상주 인구 가운데 6,000~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거대한 공동묘지가 됐다. 마을을 둘러싼 산은 지진 후 발생한 산사태로 황토색 속살을 드러내면서 온 마을을 덮을 기세였다.

건물이 무너진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쉬앤코중학교 건물은 1층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고꾸라질 듯 간신히 서있고 그 옆 아파트는 1, 2층이 사라졌다. 마을을 동서로 가르는 개천 옆 건물은 산산이 무너진 모습이었다. 한 아파트에는 지진 당일 걸어놓은 세탁물이 아직 있어 시간이 정지한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난 사람은 기적을 경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팅민(黃廷明ㆍ65)씨는 "이런 재앙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한 노파는 외지로 나간 아들 부부 대신 기르던 네 살 손자를 잃어 살 기운을 잃었다고 했다.

주민이 사라진 마을은 구급대, 소방대원, 인민해방군으로 가득 찼다. 건물을 파헤치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됐지만 더뎌 보였고 그 많은 시신과 매몰자를 언제 발굴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구조가 느린 것은 인근 두장옌(都江堰)에서 잉슈로 연결되는 도로가 완전히 끊겨 이곳을 오려면 10시간 이상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잉슈 가는 길에는 재난 현장을 빠져 나오는 피난민과,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양샤(楊霞ㆍ24)씨는 원촨현 현청 소재지에 있던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려 잉슈까지 왔다가 남은 길이 험해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이들의 비극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는 순간 잉슈에 약한 여진이 왔다. 구급대원, 외신 기자 모두 두려움에 진저리를 쳤다.

잉슈=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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