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처럼 여겨지던 금융기관 인터넷이 해커들에게 잇따라 뚫리고 있다. 일부 기업이나 사업체의 DB 정보가 유출되는 것과는 다르다. 금융기관 인터넷은 국민 대다수가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도 포함돼 있다. 금융기관의 인터넷은 해커로부터의 방어막이 상대적으로 튼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충격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경찰이 적발한 금융기관의 해킹 사례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 저축은행의 경우 해커가 ‘루트 권한(전산망의 모든 것을 통제ㆍ제어하는 관리권)’까지 점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단말기의 정보를 훔치거나 개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예금을 인출하는 고전적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수준이라면 은행의 생명인 계좌와 숫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니, 개인 피해에서 나아가 금융산업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해킹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무선인터넷 해킹이다. 개인과 금융기관의 정보가 무선으로 왕래하는 상황에서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를 포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어서 고객과 은행과의 대화 등 사적인 내용을 깡그리 도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은 이런 정보들을 공중에 띄우기 전에 암호화하고 있지만 이 암호들을 중국에 보내면 어렵지 않게 해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동안 고객과 은행 모두 알지도 못하고 살얼음판을 걸어온 셈이다.
두 사건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니 앞으로 앞으로 이보다 더한 일이 어찌 없을 것이며, 수사기관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해킹이 어찌 없었다고 할 것인가. 유사한 사건이나 정황이 생겼을 때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DB서버 오류’나 ‘접속 폭주’라고 얼버무리는 데 급급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휴대폰뱅킹과 인터넷뱅킹이 일상화한 시대다. 금융기관은 자체 시스템 방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 무선 정보관리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해킹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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