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지음ㆍ심규호 옮김/에버리치홀딩스 발행ㆍ442쪽ㆍ1만8,000원
“완전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 감상을 벗어나, 내 이론의 거의 전부를 축약한 최고의 역작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2008 국제 출판협회(IPA) 서울 총회’의 주빈국인 중국관에서 <이중톈, 중국을 말하다> 의 저자 이중톈(易中天ㆍ61)씨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중톈,>
<삼국지강의> , <품인록> 등 인물 중심 대중 역사서의 모범을 구현, 이미 8권이 국역 되는 등 높은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이 씨는 첫 방한길에 맞춰 나온 이번 책을 통해 문제 의식의 일대 반전을 시도했다. “항우, 조조, 측천무후 등 역사적 거물들이 비극의 주인공으로 끝 맺는 근본적 이유는 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진나라에서 청나라까지, 장기 지속된 시스템의 형성에서 몰락까지를 파헤친 이번 책은 거대 중국을 유지시킨 정치 제도들의 일생과 운명을 대중적 어법으로 파헤친다.” 품인록> 삼국지강의>
책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은 곳곳에 동서를 아우르는 역사적 통찰과 인문ㆍ사회적 지식을 현대 보통 사람들의 구미에 와 닿게 부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한 시대의 유학자 동중서를 두고 “컴퓨터를 활용할 줄 아는 무사나 정객”이라 비유하며 “제국을 위해 윤리 치국이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한 자”(224쪽)로 정의한다. 장기 지속된 제국의 시스템을 분석하고, 그로부터 역사의 가르침을 얻자는 책이다.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서술 방식은 여전하다.
그의 전통 중국 비판에는 현대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많다. “전통적인 중국의 학술계는 사상은 드물고 학문만 존재했으며, 지혜는 드물고 학식만 난무했다”는 등의 비판이나 “중국인들은 정치적 제스처나 도덕을 빙자한 연기에 능숙하다”는 등의 평가가 좋은 예다. 서양의 침탈에 의한 청의 몰락과 관련, “경제적 목표의 배후에는 또 다시 장기적인 정치적 목적과 문화적 목적이 숨어 있다(387쪽)”는 등의 해석이 그 예다.
특히나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 서술 태도는 대중성의 비밀을 보여준다. “어떻게 5,000년의 문명사와 2,000년이 넘는 제국의 역사를 지닌 대국이 바다 건너 아득한 곳에서 온 최이도이(손바닥만한 오랑캐 나라. 여기서는 일본)를 물리칠 수 없었단 말인가?”(388쪽)
한편 기자회견장에서 이 씨는 동북공정, 티베트 문제 등 최근 중국이 그들의 역사와 관련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관심이 없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기의 사상가들에 대한 대중 강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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