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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색, 계' 영화 '색,계' 원작소설… 中장아이링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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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색, 계' 영화 '색,계' 원작소설… 中장아이링과의 만남

입력
2008.05.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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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이링 지음ㆍ김은신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472쪽ㆍ1만2,000원

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현대 작가 중 하나인 장아이링(張愛玲ㆍ1920~1995ㆍ사진)의 작품집으로, 리안 감독의 영화 <색, 계> 원작인 표제작을 비롯한 5편의 중단편과 1편의 시나리오가 실렸다.

청(淸)말 유력 정치가였던 리훙장의 외증손녀로 학생 때부터 문재를 떨치며 40년대 상하이를 주름잡았던 작가는 친일파 관료와 결혼한 전력 때문에 2차대전 종전 후 입지를 잃었고, 결국 홍콩을 거쳐 55년 미국으로 이민해 작품 활동을 했다. 95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될 만큼 불우한 말년이었지만, 정치색 없이 전통과 제도의 굴레에서 갇힌 여성의 처지를 세밀하게 그려낸 그녀의 작품은 개인의 문제에 눈 돌리기 시작한 중국 독자들을 매료하고 있다.

이번 번역본의 원서는 83년 대만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망연기> (1983)로, 도미(渡美) 후 쓰여진 작가의 후기작이 주종을 이룬다. 표제작은 중국 애국청년단이 친일 관료를 제거하고자 미인계로 투입한 여성 단원이 암살 대상에게 사랑을 느껴 일을 그르치고 자신도 죽음을 맞는 이야기로, 39년 국민당 간부 암살 미수 사건을 소재로 했다. 주인공이 관료와 함께 들른 반지 가게에서 자신의 임무를 저버리는 장면이, 계(戒)가 임무(계율)뿐 아니라 반지도 뜻한다는 사실과 겹치면서 존재의 비극성은 증폭된다.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다시 쓴 ‘못잊어’는 25세의 한 여성이 부잣집 유부남과 사랑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이혼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남자의 부인, 딸을 첩으로라도 앉혀서 돈을 챙기려는 여자의 아버지 등 주변인물들의 행태는 인연 자체가 구속임을 드러낸다. 이종사촌 간인 초로의 두 여성이 나누는 잡담이 축을 이루는 ‘해후의 기쁨’에선 여성적 삶의 결을 무심한 듯 세심히 쓰다듬는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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