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겠죠. 통화하는 내내 울었어요.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지난 14일 연봉 2억3,000만원, 계약기간 3년의 여자프로농구 최고 대우를 받고 천안 국민은행 유니폼을 입은 변연하(28). 10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박정은(31)과 이미선(29ㆍ이상 용인 삼성생명) 얘기가 나오자 변연하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여고를 갓 졸업한 19세의 부산 소녀를 진심으로 보듬은 언니들이었다.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지금의 변연하를 만들어 준 바로 그들이었다. 변연하는 부산 집에서 전화를 통해 언니들에게 이적 결심을 전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언니들과 상대편으로 만나 매치업을 벌여야 하는 상황도 오겠죠. (이)미선이 언니처럼 눈빛만 봐도 척척 찔러주는 패스도 이제 받기 힘들 거구요. 그렇지만 충분히 각오했던 것들이에요. 이겨내는 것도 제 몫이겠죠.”
그런 변연하의 모습을 조성원(37) 국민은행 감독은 잠자코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자신의 현역 시절과 너무도 흡사한 변연하. 조 감독은 그의 성실함에 반해 부산까지 찾아가 변연하의 마음을 돌리고야 말았다.
조 감독은 “최고의 선수인데도 누구보다 한발 더 뛰려고 하고 팀원들을 배려하려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조 감독은 9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무려 6번이나 유니폼을 바꿔 입었던 자신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어떤 선수나 팀을 옮기는 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어 “초반에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감독이 많이 도와줘야 하는 측면이죠. (변)연하는 워낙 마인드 자체가 긍정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변연하가 일생 일대의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조 감독의 존재는 큰 역할을 했다. 변연하는 “감독님의 현역 시절, 단신인데도 빠른 타이밍에 정확한 슛을 터뜨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라고 회상한다.
변연하는 이어 “감독과 선수간에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신 점이 고마웠어요.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할겁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6년 8월 국민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던 조 감독은 코치 생활 1년6개월 만에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감독직 제의를 받고 나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주저했던 그는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팀의 전면적인 체질 개편을 결심했다.
변연하의 합류는 체질 개편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 감독이 꿈꾸는 국민은행의 ‘빠른 농구’. 그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조 감독과 변연하의 힘찬 전진이 시작됐다.
천안=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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