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연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잠시 주춤했던 협상 진행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자칫 시한에 구속돼 부실 협상 결과를 낳아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혜민 우리 측 수석대표는 4일 간의 7차 한ㆍEU FTA 공식 협상을 끝낸 15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갖고 “이번 협상을 통해 착륙지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주요 쟁점인 원산지, 지리적 표시, 비관세 장벽 등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측이 협상 시작 1년 만에 연내 협상을 끝내겠다는 데 합의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EU 측은 원산지 규정과 관련, 그 동안 ‘한국산 제품’의 판정 근거로 부가가치율(일정 비율 이상 한국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한국산 인정)과 세번(稅番) 변경기준(수입 원료로 국내에서 완제품 생산 때 세번이 변경돼야 한국산 인정) 동시 충족을 고수해 왔지만, 이번 협상에선 두 기준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기로 양보했다. 대신, 우리 측은 지리적 표시(보르도 와인 등 지리적 명칭을 가진 상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여달라는 EU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연내 협상 타결을 위한 7부 능선은 넘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양측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 문제는 7차례 협상에서 좀처럼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은 EU의 관세(평균 10%)를 3년 내 철폐하라고 요구 중이나, EU는 자동차 기술표준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관세 조기 철폐가 불가능하다며 ‘7년 후 철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등 서비스 분야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EU는 우리 측에 기간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와 법률시장 개방 폭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우리측은 한ㆍ미 FTA 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조치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임을 못 박고 있다.
양측은 이런 쟁점 사안에 대해 분과 협상이 아닌 통상장관 및 수석대표 간 고위회담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지만, 이해 관계가 워낙 첨예해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실제 착륙을 할 수 있을 지는 이후 협상에 달렸다”(이 수석대표) “타결 내용이 협상 일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에서 진전이 없으면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가르시아 베르세로 EU 대표) 등 양측의 협상 대표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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