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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토스카나 토마토·와인·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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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토스카나 토마토·와인·올리브

입력
2008.05.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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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심심치가 않다. 매일같이 흥미진진한 프로야구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팀 대 팀의 경기처럼 보이지만, 매 타석은 기실 투타의 대결이다. 이번에는 어떤 공을 던질까? 그 공을 어떻게 받아칠까? 저 타자를 그냥 보내려나? 이번에도 공을 더 기다리려나?

궁금해하는 두 손에는 땀이 밴다. 유럽 사람들은 야구를 안 한다. 축구만 한다. 축구 시즌이 되면 온 유럽이 술렁인다. 6월에 시작하는 유러피안 챔피언십 축구경기의 광고 방송이 벌써부터 유럽 전역을 달군다. 주체할 수 없이 파워풀한 유럽축구의 근간은 무엇일까? 햇빛을 가득 머금은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그 답을 내게 주었다.

■ 와인과 포도주, 그리고 토마토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지역이다. 와인만 해도 이탈리아에서는 유일하게 토스카나 산이 ‘슈퍼 토스칸’(super tuscany)이라 불리며 세계 최고급으로 분류된다. 햇빛이 넘치고, 물과 땅이 좋은 곳이라 포도 농사 뿐 아니라 올리브, 토마토 등이 다 맛있다.

토스카나를 차로 달리다 아무 농장에나 차를 세우면, 풀 냄새가 물씬한 올리브유 한 접시에 다홍색으로 물이 오른 토마토 그리고 와인 한 잔을 대접받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와인’과 ‘포도주’의 차이. ‘포도주’를 비롯한 과실주의 대부분은 과실+당(설탕)+알코올의 공식을 따른다. 집에서 담그는 포도주가 그렇고, 매실주나 오미자주가 그렇다.

이에 반해 ‘와인’이라 불리는 음료는 포도 원액을 그대로 발효시킨 것에 가깝다. 물이나 기타 알코올이 섞이지 않았으니 포도의 영양이 오롯이 보존되는 것. 포도가 가진 항산화 성분이나 포도 줄기의 재생력(포도 줄기를 해마다 가지치기해도 이듬해 다시 가지가 뻗어나 있다)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조금씩 건강을 돕는다.

와인과 찰떡궁합인 토마토. ‘건강에 좋은 몇대 식품’ ‘암을 예방하는 식품’ ‘매일 먹어야 할 식품’ 등 건강에 좋다 하는 아무 리스트에나 오르는 ‘약선 음식’이 토마토다. 토마토를 매일 먹으면 체내에 머무르는 찌꺼기들이 제거된다. 혈관을 막고 있는 기름 덩어리들이나 기타 체내 부산물들이 토마토 지나간 자리마다 서서히 청소된다.

피가 맑아지고 혈행이 좋아지니 혈색이 발그레하게 오른다. 건강한 사람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토마토가 이렇게 ‘디톡스’(detoxㆍ정화)에 좋은 식품이라 체중 감량에도 더없이 이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탈리안 스타일로 토마토를 먹어보자. 잘 익은 토마토를 조각으로 썰어서 올리브유를 약간 뿌리거나, 시간 여유가 있으면 올리브유에 볶아 먹으면 된다. 토마토를 먹을 때마다 소화가 안 된다는 이들은 필시 토마토 껍질이 문제일 것이다. 얇은 막처럼 생긴 토마토 껍질은 소화가 어렵다.

토마토의 밑 부분, 즉 꼭지 반대 부분을 칼로 열십자 내어 끓는 물에 10초만 담갔다 꺼내보자. 토마토를 싸고 있던 얇은 막 형태의 껍질이 사악 벗겨진다. 껍질을 제거하고 찬 물에 한 번 헹구어 먹으면 된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식단에 오르는 토마토는 이렇게 정성을 더하면 좋겠다.

■ 올리브 오일을 뿌린 토마토 부르스케타

프랑스빵에 비해 담백하고 구수한 이탈리안 브레드를 바짝 구우면 우리 누룽지와 비슷해진다.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올리브유를 뿌리고 오븐이나 팬에 바짝 굽는다. 그대로 요리에 곁들여도 좋고, 바짝 지진 위에 갖은 토핑을 얹어도 좋다. 이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이탈리아의 가정식 메뉴가 ‘부르스케타’(Bruschetta)다.

토스카나의 토마토 밭에서 딴 빠알간 토마토를 알맞게 다져서 굵은 소금과 토스카나 산 올리브유를 뿌려가며 양념을 한다. 다진 토마토를 바짝 지진 빵에 올리고, 바질이나 이탈리안 파슬리 등 향이 좋은 허브를 찢어 넣으면 몸에 이롭고 맛도 즐거운 요리가 된다.

다진 고기, 다진 버섯, 다진 파슬리를 볶아 속으로 넣고 만두를 빚으면 이탈리아식 만두 ‘라비올리’가 된다. 끓는 물에 삶아 건지고, 올리브유와 올리브, 허브와 마늘 약간 그리고 잣을 갈아 만드는 ‘페스토’를 곁들이면 잘 익은 이탈리안 와인 한 잔과 어울리는 점심 메뉴가 완성된다.

올리브나 토마토,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모두 태양을 잔뜩 먹고 자라는 먹거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태양의 정기를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들이라고 할까. 태양의 매개체들을 많이 먹을수록 기운이 나고 든든해진다. 이탈리안 축구 선수들을 보면, 태양의 기운이 몸에 넘쳐나는 이들이 얼마만큼 파워풀한지 알 수 있다.

우리 먹거리 중에는 태양을 머금은 쌀이 있다. 추수될 날까지 묵묵히 태양을 받아주는 고마운 존재다. 또 와인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는 국산 포도가 있다. 까맣게 잘 익은 포도 역시 태양의 기운을 인간에게 전해준다. 제철이 시작되는 매실,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복숭아 등도 지난 계절부터 비축한 햇빛을 우리에게 넘겨주려 대기하고 있다.

박재은ㆍ음식에세이 <밥 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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