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미국 남동부 7개 주를 휩쓸어 2,5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미시시피 강변 저지대의 뉴 올리언스를 에워싼 둑이 무너져 도시가 온통 물에 잠기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우리나라보다 넓은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복구비용은 1,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정부가 허술한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데다 이재민 구호에도 소홀했다는 비난이 빗발친 가운데, 재난지역 주민의 60%를 차지하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작용했다는 원성까지 높았다.
■ 국제 언론도 비판에 가세, 영국 대중지 미러(Mirror)는 “미국이 감추고 있던 흉물스러운 아랫배가 드러났다”고 비웃었다. 실제로 뉴 올리언스 제방 붕괴는 설계부터 잘못한 탓으로 밝혀졌다. 재난 대응의 허점도 확인돼 연방 재난관리청장이 해임됐다. 군 구조대는 사망자 수습현장에 언론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가 CNN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자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종차별 논란은 사망자의 49%가 흑인으로 흑백 인구비례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저절로 수그러졌다.
■ 미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카트리나의 사례는 미국과 같은 나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 대응에 허점과 실책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춰 갓 후진국을 벗어난 중국의 지진 참사를 보도하는 우리 일부 언론의 태도는 “모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느 TV방송은 첫날 저녁뉴스에서 “네티즌이 먼저 바깥에 알리는 바람에 정부도 과거처럼 숨길 수 없었다”는 식으로 줄곧 중국에 부정적 시각을 내보였다. 어느 신문 사설은 지진에 약한 건물을 방치한 ‘안전불감증’을 나무라며 “재난대처 역량을 지켜보겠다”고 썼다.
■ 티베트 사태에 이어 다시 소수민족이 피해를 많이 봤다고 강조하는 것도 선의로 읽기 어렵다. 이웃의 불행을 동정하기에 앞서 꼬집고 비웃을 구석부터 찾는 것은 도대체 뭘 위해서인지 궁금하다. 이런 태도는 중국 정부가 어떤 동기로든 전에 없이 열린 자세를 보이면서 슬며시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한 쪽에서 중국의 ‘품격’있는 대응을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계 최악의 영국 황색언론 수준의 인식으로 중국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이념과 국익 갈등 따위를 모두 제쳐두고 순수한 동정과 지원을 베푸는 앞선 나라들의 품격부터 스스로 배워야 한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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