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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연출가 정의신·배우 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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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연출가 정의신·배우 고수희

입력
2008.05.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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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보고 싶다더니 어제 공항에도 안 나왔지요? 거짓말쟁이.”(정의신)

“단둘이 데이트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선생님. 예쁘게 단장하고 오늘 왔잖아요.”(고수희)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한일 공동 제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한국명 ‘용길이네 곱창집’)> 의 일본 공연을 지난달 27일 마치고 일주일 여 만에 다시 만난 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51)과 배우 고수희(32)는 마주한 순간부터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한국 공연(20~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을 앞두고 15일 무대 설치가 한창인 극장에서 만난 그들은 일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쳐서인지 퍽 애틋해 보였다.

재일동포 작가 정의신이 쓰고 한국의 젊은 연출가 양정웅이 정의신 작가와 공동 연출한 <야끼니꾸 드래곤> 은 일본의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 말 간사이 지방에서 한국식 곱창집을 운영하는 재일동포 김용길 가족의 애환을 그린 연극으로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는 열흘 내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 무대에선 관객들이 일어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하지만 무대 뒤로 찾아와 제 손을 잡고 우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일본 관객은 감정을 절제하는 편이어서 눈물이 나도 참는다고 들었거든요.”(고수희)

소외된 재일동포의 삶을 웃음 속에 간접적으로 녹여 내는 세련된 극작 솜씨로 호평을 받은 정 작가에게 재일동포의 삶을 직선적으로 표현한 <야끼니꾸 드래곤> 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인어전설> <그 다음 여름> 등에 재일동포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그들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어요. 다행히 한류 바람으로 한국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덕분인지 일본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더군요.”

정 작가의 작품이 몇 차례 한국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한일 양국의 배우와 함께 무대를 꾸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열정적인 한국 배우들과 계속 연극을 함께 하고 싶다”며 한국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정 작가는 특히 고수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배우의 꿈은커녕 옷 장사를 하려 했었다”는 고수희에게 그는 “수희는 여배우가 되는 게 정해진 길이었을 것”이라면서 “걸어 다니는 연극기계”로까지 표현했다.

극 중 용길의 아내 고영순을 맡은 고수희는 “<야끼니꾸 드래곤> 에 참여하기 전까지 재일동포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거짓 연기를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그들의 아픔이나 고통은 어떻게 해도 내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저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라는 그의 말에 정 작가는 “재일동포는 그 자체로 이질적인 존재”라고 설명을 보탠다. “제 경우만 보더라도 한국에서 보기에는 한국말도 못하는 외국에 사는 한국인일 뿐이죠.”

작가는 “<야끼니꾸 드래곤> 에 가장 많이 울고 웃을 사람은 재일 한국인일지 몰라도 이 작품은 가족 붕괴 시대에 어울리는 보편적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용길씨네 가족을 만나고 싶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요.” 공연 문의 (02)580-1300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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