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option)은 스와프(swap)와 함께 금융파생상품의 축이다. 어떤 금융상품을 장차 어느 시점에 어떤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가 거래 대상이다. 선물거래는 나중에 반드시 현물로 사거나 팔아야 할 의무가 따르지만 옵션거래는 얼마든지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가령 1달러=1,000원으로 1만 달러를 살 옵션을 샀고,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 됐다면 권리를 행사해 달러당 100원의 득을 본다. 거꾸로 환율이 달러당 900원으로 떨어지면 옵션을 포기하고, 거래 비용인 ‘옵션 프리미엄’만 부담하면 그만이다.
■ 옵션은 본고장 미국에서도 1970년대 이후에 거래가 본격화했다. 환 리스크를 덜 수 있는 보험처럼 여겨졌고, 그리 까다롭지 않은데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은 ‘보험료’인 옵션 프리미엄을 산출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이라면 연령별 사망률 통계만으로도 보험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을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지만 옵션에는 그런 게 없었다. 1973년 MIT의 마일런 숄즈와 피셔 블랙이 ‘블랙ㆍ숄즈 모형’이라 불리게 된 공식을 내놓은 뒤에야 옵션 시장이 꽃피었다. 마이런은 이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 블랙ㆍ숄즈 모형은 비교적 간단하다. 계산에 필요한 수치는 대상인 기초자산(금융상품)의 가치, 기간, 금리, 옵션 행사가격, 변동률 등 다섯 가지가 전부다. 문제는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수치와 달리 변동률은 결국 예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투기 여지가 생긴다. 애초의 보험 성격을 띤 옵션이 선물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도박성을 띠게 되는 것도 완전한 예측이 불가능한 변동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통화옵션이 환 리스크를 더는 수단이지만, 환율 변동폭에 따라서는 새로운 위험이 되기도 한다.
■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를 위해 대량으로 통화옵션을 사들였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는 소식이다. ‘IMF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금융파생상품과 많이 친숙해졌고, 그에 따라 얻은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제환경 변화가 빠를수록 자기 실력에 기대는 것 이상의 리스크 회피책은 없다. 환 헤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환율 변동에도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생산성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데 매달렸어야 한다. 당장 부도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과는 별도로 기본 체질 개선을 위해 산업계가 뼈를 깎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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