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 일대 댐들이 지진의 영향으로 균열이 발생해 2차 재앙이 우려된다는 14일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는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일까.
신화통신은 14일 밤까지만 해도 “균열이 발생했다” →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언비어일 뿐” → “쯔핑푸(紫坪鋪)댐에 아주 위험한 균열이 생겨 군병력 2,000여명을 긴급 투입했다” 등 자신들의 기사를 180도 뒤집는 보도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재난 상황을 중국 관영언론에 의존하는 서방 언론들도 덩달아 춤을 출 수 밖에 없었다.
신화통신 편집국 꾸첸장(顧錢江) 편집위원은 1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언비어라고 보도한 것은 확실하나 댐이 위험하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다만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댐의 물을 다 비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출처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쓰촨성 관영 매체인 쓰촨자이시엔(四川在線)에서 기사를 그대로 받아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앞서 보도한 댐 균열 기사에 대해서는 정작 아무 것도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신화통신이 기사를 받아썼다는 쓰촨자이시엔에서도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신문의 황용찌엔(黃永建) 뉴스국 주임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쓰촨성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쯔핑푸댐은 안전하고 붕괴 우려는 유언비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고 현장에 기자가 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신화통신이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한 기사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던 셈이다.
쓰촨성 정부신문기관판공실의 외신부 관계자는 한술 더 떠 “(쓰촨자이시엔이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적이 없고, 매일 오후 5시 회의를 하는데 14일 회의에서 쯔핑푸댐은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재난 현장 곳곳에 기자들이 있지만 쯔핑푸댐에는 파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혼선을 확인하려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께서 일깨워 주셨으니 오늘 회의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댐 붕괴에 따른 2차 재앙 가능성으로 한바탕 난리를 피운 14일의 전세계 언론의 댐 균열 기사는 정작 기사의 소스를 제공한 신화통신마저도 근거를 대지 못한 유령 기사였던 셈이다.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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