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한ㆍ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된 이후 한달 가까이 농림수산식품부가 한 일이라고 '해명'뿐이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똑 부러지게 수긍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협상이란 무릇 주고 받는 것. 가급적 덜 주고 많이 받는 것이 최선의 협상이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안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에 관한 한 우리는 주기만 했을 뿐, 받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얻은 것이 없는 이번 쇠고기 협상은 그래서 '협상'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는 기분이다. 협상결과를 까면 깔수록, 새로운 굴욕협상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난다. 오역파문에 이어 14일 청문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둘러싼 미국의 이중잣대 문제가 그런 경우다.
미국은 자국법령에서는 30개월령 이상 도축소의 경우 등뼈 경추부의 횡돌기, 극돌기 등을 SRM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와 합의한 '수입조건'에서는 이런 부위는 더 이상 SRM이 아니다. 그 경위를 속시원히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은 농식품부 내에서도 몇 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한국 등 각국이 SRM 규정 범위가 다르다"(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는 게 공식 해명이지만 왜 SRM범위를 미국 규정보다 축소하는 데 합의했는지를 납득시키기에는 터무니 없다. 검역업무 라인의 실ㆍ과장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도대체 얼마나 내 준 것일까. 도대체 뭘 알기나 하고 협상을 한 것일까. 미국쪽 규정을 읽어보기는 한 것일까. 더 이상 협상결과를 들여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고시 연기로 얻은 1주일여의 시간이 생겼다. 더 이상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남은 시간 동안 정부 스스로 부실협상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문향란 경제부기자 iami@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