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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綿竹 둥치 중·고등학교 구조현장, 아이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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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綿竹 둥치 중·고등학교 구조현장, 아이들 절규

입력
2008.05.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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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땅에 묻힌 아이들이 잠들지 않기 위해 몇몇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발 살아만 있어주길.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 아닌가요.”

15일 오전 11시25분. 대지진의 진앙인 쓰촨(四川)성 원촨(汶川)의 산자락과 연결돼 있는 ?x주(綿竹)시 한왕진(漢旺鎭)의 둥치(東汽) 중ㆍ고등학교 교내에는 아들과 딸을 찾으려는 150여명의 학부모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했다. 4층 건물 5개 동으로 이뤄진 학습실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부서져 내려 앉았고 한 개 동 만이 뼈대만 간신히 남았다. 건물 주변에는 700여명의 인민해방군 구조대원들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 사이로 필사적인 구조를 펼치고 있었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전에만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한 명씩 들것에 실려 나올 때 마다 학교 건물 밖에는 부모들이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처절한 몸싸움을 벌였다. 사흘밤을 이곳에서 지새운 부모들은 하나같이 넋 나간 표정으로 시신을 확인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는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교측은 전교생 1,500명 중 300여명이 아직 건물 더미 속에 파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x주에서 1시간 거리의 광한(廣漢)이 고향인 학부모 궈(郭)모(45ㆍ여)씨는“어젯밤에만 해도 흙더미 사이에서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희망을 갖고 있지만 구조의 속도가 너무 늦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라고 울먹였다. 또 다른 학부모 마오(毛)씨는 “18살인 아들이‘아버지’하며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 같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며 “이젠 시간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아이들이 버텨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린(林)모씨는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300m정도 떨어진 체육관 앞 마당에는 시신 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시신이 확인된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오열과 통곡이 이어졌다. ?x주는 원촨과 인접해 이곳 학교 뿐 아니라 도심 전체가 흉측할 정도로 쑥대밭이 돼 버렸다. 주민 2,000여명이 숨지고 5,000여명이 매몰돼 있다는 것이 중앙정부의 공식발표다.

병원과 경찰서 등 공공기관도 지진을 피하지 못했다. 한왕진 한복판에 위치한 ?x주 제3의원은 4층 건물이 완파돼 건물 밖 정문에 붙어있는 간판만으로 이곳이 병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도로 여기저기에는 부서진 자동차와 오토바이, 간판 등이 당시의 끔찍했던 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나마 온전한 시내 주택가엔 행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다.

몐주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진(陳ㆍ65)모씨는“그렇게 수다스럽던 사람들이 지진 이후 말을 잃었다“며 ”사소한 일에도 지레 겁을 먹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왕진(?x주)=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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