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 강진 희생자가 앞으로 며칠 사이 급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로 매몰자의 생사를 가른다는 재해 발생 72시간 데드라인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촨성 사망자(15일 오후 4시 현재 1만9,509명)와 아직 구조되지 못한 채 건물 잔해 등에 갇힌 주민을 모두 포함하면 희생자가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중국 국무원은 발표했다.
대형 재난 구조 활동에서 72시간 넘게 매몰된 사람의 생존율은 10% 미만이라는 게 공식이다. 인명 구조가 가능한 범위를 72시간으로 잡는 것은 매몰 상태에 있는 재난 피해자가 버틸 수 있는 체력 한계치가 이 정도까지이기 때문이다. 매몰자들은 건물 더미 속에 갇힌 상태에서 하루에 흘리는 땀만으로 1.5ℓ의 수분을 소비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중의 나트륨과 칼륨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을 움직이는 심근의 수축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감각이 차단된 상태로 있을 경우 70시간이 지나면 환각, 환청 현상이 나타나고 이때부터 뇌에 막대한 부하가 걸려 호르몬 균형이 붕괴돼 역시 심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조활동은 72시간 이후부터는 사실상 시신 수습 단계로 전환된다.
설사 살아서 구출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갇힌 상태에서 갑자기 풀려나면 '크래시(crash) 증후군'에 따른 심부전이나 신부전으로 급사할 위험이 높다.
1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허리나 넓적다리 등 큰 근육이 장시간 압박 받을 경우 혈류정지 등으로 죽어버린 세포에서 칼륨이나 근육 내에 산소를 저장하는 미오글로빈에서 만들어진 독성물질이 대량으로 체내에 쌓인다. 구조 후 압박 상태가 갑자기 풀리면서 이 독성물질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쏟아져 나와 심부전이나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때에도 매몰상태에서 구조돼 입원한 사람 가운데 13.7%(372명)가 이 증상을 보였고 이중 50명이 숨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 크래시(crash) 증후군
재해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압박 당했을 때 일어나는 전신 장해. 근육조직에서 나온 미오글로빈이 요세관(尿細管)을 막아 급성신부전이, 혈액 중 칼륨이 증가해 심장근육 이상으로 부정맥이 발생한다. 처치가 늦을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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