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장관 고시를 하루 전인 14일 연기하기까지 당정간 치열한 논쟁과 조정물밑 작업이 진행됐다.
고시 연기론은 일요일인 11일 당정협의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대세가 ‘고(GO)’였다. 기류가 변하기 시작한 때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였다.
의원들은 상황 설명을 하러 온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에게 “지금 이대로 고시를 강행하면 국민의 비판 여론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단장은 결정권이 없었기 때문에 “당의 의견을 전하겠다”고 돌아갔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청문회가 시작됐고 같은 시각 청와대에서는 김중수 경제수석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렸다.
청문회에서 “고시 연기를 협의해 보겠다”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정부 내에서 고시 연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청와대도 연기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결론을 내린 상태는 아니었다.
결정적 계기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고문단 만찬이었다. 티타임 때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시 연기를 건의했고, 강재섭 대표도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고시를 강행할 경우 가져올 후유증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청와대는 밤 늦게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가졌고, 자정이 넘어서야 고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고시를 연기하면 한미FTA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며칠 연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강경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다수는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미 현지에 특별점검단을 파견한 만큼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고시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 연기쪽으로 결론을 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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