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이 ‘두통 없는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받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편두통은 어른 가운데 극히 일부만 앓는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딸이 평소 배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 꾀병이라고 핀잔을 준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어린이ㆍ청소년 편두통은 생각보다 아주 흔하다. 7세 이하의 유병률은 2~3%이지만, 14세가 되면 여자의 14%, 남자의 6%가 편두통으로 고통받는다. 전체 어린이ㆍ청소년의 7~8%가 편두통으로 시달린다.
■ 수면 부족ㆍ스트레스가 원인
‘한쪽 머리가 아프다’는 뜻의 편두통(偏頭痛)은 눈 앞이 아른거리고, 시야가 점멸하는 등의 전조 현상이 10~20분간 지속되다가 두통이 맥박이 뛰는 것처럼 생기고 메스꺼움,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이 오면 빛이나 소음 등이 싫고, 움직이면 더 아파서 조용한 곳에 혼자 있고 싶어한다. 전조 현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ㆍ청소년 편두통은 어른과 달리 대부분 양쪽 머리가 다 아프다. 그리고 어른보다 복통, 구토가 더 잘 생기며 빛과 소음, 냄새에도 더 예민하다.
따라서 자녀가 주기적으로 배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구토를 하면 편두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복통 등에 가려져 확인하기 어려운 편두통도 많이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므로 편두통을 진단하기 어렵다.
또한 자녀가 심하게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뇌종양이나 혈관기형 등과 같은 무서운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데 실제 이런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편두통은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모계 유전 성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때문에 많이 생긴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편두통이 가장 많고, 스트레스성 두통도 3분의 1이나 된다. 시험기간에 머리가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지는 경우다. 여성 호르몬과도 관계가 있어 사춘기 이후 여학생에게 많이 나타난다.
■ 단일 성분 두통약이 도움
자녀가 편두통이라면 타이레놀, 부루펜 등 단일 성분 두통약이 도움이 된다. 편두통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므로 카페인 성분이 함유된 두통약은 과용하기 쉽다. 따라서 복합 성분의 두통약보다는 단일 성분의 두통약을 먹는 것이 좋다.
단일 성분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먹으면 약물 과용성 두통이 생길 수 있다. 1주일에 2번 이상 편두통이 생기고 약을 먹어야 한다면 예방 치료를 해야 한다. 3개월 이상 예방 약을 먹으면 두통 반응이 떨어짐으로써 두통 발생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간혹 어린이에게 어른용 두통약을 먹이는데 이는 도리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편두통이 극심하다면 두통 신호를 차단하는 트립탄 계열 약이 좋다. 그러나 편두통이 이미 생기고 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사전에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계열 약은 기저형 편두통(뇌혈관 장애로 오는 편두통), 편마비 편두통(일시적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편두통) 등은 도리어 악화시키므로 삼가야 한다.
어린이ㆍ청소년이 먹을 수 있는 트립탄 계열 약은 이미그란과 조믹 2종류다. 하지만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스트레스성 편두통에는 항우울제인 에나폰(성분명 아미트립틸린)이 많이 처방된다. 인데랄(성분명 프로프라놀롤)도 쓰이지만 천식이 있는 어린이ㆍ청소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토파맥스(성분명 토피라메이트)는 기저형 편두통, 편마비 편두통이나 천식이 있는 아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약은 살이 빠지므로 환자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시베리움(성분명 플루나리진)은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으로 어지럼증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는 프로프라놀롤, 아미트립틸린, 토피라매이트, 발프로익산, 프루나리진이 효과가 우수하고, 가바펜틴, 코엔자임 Q10, 마그네슘, 화란국화 추출물, 머위 추출물 등도 효과가 있다.
■ 일상생활 조절이 중요
어린이ㆍ청소년 편두통은 일상생활 조절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 머리 아플 때 잠만 자도 낫는 경우가 있듯 두통은 수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뇌에 영양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셔도 도움이 된다. 초콜릿, 견과류, 햄, 치즈 등 두통을 악화시키는 음식물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신경과 이건희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 교수 도움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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