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학교'의 경쟁 시대가 열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0일 서울과학고(서울 종로구 혜화동)를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키로 하면서 2003년 문을 연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와 함께 복수 영재학교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과학영재학교는 모집 범위, 선발 방식, 교과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과학고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고교이다. 과학영재학교로 새 출발을 앞둔 서울과학영재학교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 대학처럼 자유롭게
1989년 개교한 서울과학고는 우수 인재 양성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2,650명의 졸업생 가운데 서울대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진학 비율만 각각 46.2%, 30%에 달한다.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한 한국 대표(43.1%)와 수상자(44.0%)의 절반 가량도 서울과학고 출신이다.
동문도 화려해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날린 윤송이 전 SKT 상무, '세계 최소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박지웅 미국 코넬대 화학과 교수 등이 모두 서울과학고를 졸업했다.
이처럼 서울과학고는 과학고로서도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함에도 영재학교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영재학교 전환을 시도했다가 옛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좌절을 맛봤던 경험도 있다.
초ㆍ중등교육법에 묶인 과학고와 달리 과학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다. 달리 말하면 학교의 자율권이 대폭 확대된다는 뜻이다. 학생 선발을 전국 단위로 할 수 있고, 학교 자체적으로 교과목 편성이 가능하다. 교사 자격증이 없는 대학교수나 특정 분야 전문가가 교단에 설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서울과학영재학교도 이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교육 과정은 철저히 대학 수준의 연구ㆍ탐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무학년제'를 기본으로 '졸업학점이수제'가 도입된다.
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 170학점(교과이수 147학점, 연구활동 23학점)을 따면 언제든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다. 시험만 통과하면 해당 과목의 이수를 면제해 주는 학점인정시험(PTㆍPlacement Test), 추가학점신청제, 계절학기 등을 활용하면 5학기 만에 졸업도 가능하다.
학생들이 교사, 대학교수 등과 연구팀을 구성해 1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연구한 뒤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 대학의 교육 과정을 미리 이수하면 진학 시 학점을 인정받는 '대학과목선이수(APㆍ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또 서울대 포항공대 등 국내 6개 대학과 학사운영 및 특별전형 실시에 대해 포괄적인 협약을 맺어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 영어 몰입수업, 교사 평가 차별화
후발 주자로 차별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울과학영재학교는 수학ㆍ과학 등 전문교과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른바 '영어 몰입수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원의 질 관리는 필수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교수를 데려와 현장 수업에 투입하는 한편 까다로운 교사평가 제도도 실시한다.
교사의 기본 근무연한을 1년으로 하되, 매년 인사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실력이 부족한 교사는 퇴출시키기로 했다. 2011년까지 교원 중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비율을 85%까지 높인다는 게 학교측의 구상이다.
한 학년은 8학급으로 운영되며, 학급당 학생수는 15명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학교가 서울에 위치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부산에 위치해 수도권 지역의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거리감이 있었다. 서울과학영재학교는 학생 전원에게 2인 1실 기숙사를 제공,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치열한 신입생 모집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앞으로 5년간 기숙사와 교실 증축 등에 소요되는 총 350억원의 예산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며, 서울과학고 학생이 모두 졸업하는 2011년까지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병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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